[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딸에 대하여' 측이 대전광역시의 상영 철회 요구에 유감을 표했다.
영화 '딸에 대하여'는 딸(임세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하윤경)과 함께 살게 된 나(오민애), 완전한 이해 대신 최선의 이해로 나아가는 세 여성의 성장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82년생 김지영'을 선보인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소수자, 무연고자 등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를 타겟으로 작동하는 폭력의 메커니즘을 날 선 언어와 긴장감 넘치는 장면으로 구현하며 평단과 독자들의 큰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이어 영화는 원작의 메시지를 충실히 담아내는 것은 물론, 사회적 약자의 한정된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강조하는 확장된 메시지로 개봉 전부터 국내 주요 영화제의 초청과 수상을 끌어내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최근에는 제12회 벨기에한국영화제, 제19회 파리한국영화제, 제48회 상파울루국제영화제, 제24회 Festival International du Film Gay et Lesbien de Grenoble, 제38회 Mix International LGBTQ Film Festival 등 해외 영화제의 러브콜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전광역시에서 2024년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상영하기로 한 '딸에 대하여'에 대해 퀴어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상영 철회를 요청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대전광역시는 "여러 통로로 민원이 들어왔고, 성소수자 등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영화 상영을 이 기간에 하는게 맞냐는 고민을 했다.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는 남성과 여성 평등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 맞고, 시 보조금 사업으로 하는 행사에서는 피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라며 "전체는 아니지만 불편해하는 시민이 있고, 반대로 단체의 목표나 이상도 있기 때문에 양성평등주간을 피해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대전여성영화제 측은 "'딸에 대하여'는 퀴어뿐만 아니라 돌봄과 비정규직 등 다양한 여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하물며 ‘여성 퀴어의 삶과 가족’이라는 주제는 여성과 뗄 수 없는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대전시는 단순히 퀴어라는 내용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상영 철회를 요구하며 전체주의 행정으로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행사의 기획 의도에서 어긋나지 않은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문화제에 필요한 1000만원의 비용을 온라인상에서 긴급 모금하고 있으며, 예정됐던 행사를 축소해 오는 5일부터 6일까지 2일간 씨네인디U에서 '딸에 대하여'를 포함한 총 1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딸에 대하여'를 배급하고 있는 배급사 찬란 역시 대전여성영화제 측의 결정에 공감하며 "영화가 지닌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더 많은 관객과 이 영화를 나누고자 별도 상영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전광역시는 양성평등 주간 취지에 맞지 않아 대체 상영작을 요청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지역 여성단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입장차가 좁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딸에 대하여'는 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