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파일럿', 아무튼 조정석 여장이 감쪽같다고 치자

3377TV정보人气:355시간:2024-07-28

▲ 파일럿. 제공ㅣ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조정석이 아니었다면 누가 이 역할을 맡았을까. 대체 캐스팅이 어려울 만큼 조정석 특유의 능청스러운 '재질'을 100% 활용한 코미디 그 자체를 보여주는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다. 이미 알려져 있듯, 조정석이 여동생의 신분으로 재취업하면서 상당 분량을 여장 비주얼로 소화했다.

여기서 관객들은 첫 번째 벽을 느낄 수 있는데, 조정석이 아무리 살을 빼고 감쪽같이 여장을 했어도 당연히 남자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들이 그의 여장에 깜빡 속아넘어가는 모습도 개연성 부족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 포인트에 집착하면 이 작품에 결코 몰입할 수가 없다.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극장에 앉는 순간 아무튼 조정석 여장이 감쪽같다고 치는 거다. 영화적 허용으로 받아들여야 다음 코미디로 넘어갈 수 있다.

마음을 열고 한정미가 된 조정석을 받아들이면 상황적인 아이러니를 느끼며 쉽게 웃음을 터트릴 수 있다. 여장이 익숙지 않아 습관적으로 나오는 디테일한 몸동작이나 튀어나오는 굵은 목소리, 여장을 들키면 안될 상황에 수염이 올라오는 등 신체적인 변화, 그리고 이 모습을 보고도 전혀 눈치 못채는 주변 인물들의 멀뚱한 모습이 폭소를 자아낸다. 웃음 욕심에 한두 발 더 나가는 장면들도 있지만, 대체로 이 모든 장면이 조정석의 유들유들하게 능청스러운 톤 앤 매너로 유쾌하게 그려졌다.

그런 조정석을 지원사격하는 한선화는 저명한 '푼수 캐릭터' 전공자답게 탄탄하게 코믹 신들을 받쳐준다. 최근 작품에서 보여준 밝고 유쾌한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한정미 역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극에 녹아든다. 신승호와 이주명 또한 자연스럽게 조정석과 합을 맞추며 세계관을 단단하게 지지한다.

여장으로 만들어낸 코미디라고 해서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설정이 아닐까 한다면 오해다. 작품 전반에 깔린 선명한 메시지에서 이를 역으로 보여주려는 의지가 드러난다. 보는 시선에 따라 '이 정도는 얄팍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꽃다발 같이 아름다운 승무원들"이라는 표현이 스타 파일럿을 나락으로 보낼 만큼 잘못됐다는 것을 개연성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연출이다.

10년 된 원작을 기반으로 만든 만큼 전개 자체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훤히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장으로 인해 거짓말이 쌓이고 쌓여 결국에는 '빵' 터지는 구조다. 해결하는 방식 역시 '아니 설마 이렇게 뻔하게 여기서'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조정석이 여장을 하게 되는 지점까지 초반 전개가 다소 느리지만, 후반부는 속도감을 더했다. 알면서도 크게 지루하지 않게 엔딩까지 달려갈 수 있다.

특별하고 참신한 코미디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소소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만큼 누가 보더라도 호불호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미덕이 있는 작품이다.

오는 3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사이트의 모든 비디오 및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수집되었으며, 원 저작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이 웹 사이트는 리소스 저장을 제공하지 않으며 녹화, 업로드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Copyright © 2024 www.jokeol.com All Rights Reserved
Telegram:@wgb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