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매큘레이트’.. 시드니 스위드의 ‘성스러운 피’

3377TV정보人气:281시간:2024-07-22

이매큘레이트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에서 멸종한 공룡을 부활시키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오래전 공룡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 한 마리가 어떻게 호박(Amber)에 갇혀 광석의 일부가 되고, 세월이 흐른 뒤 그 광석을 캐서 모기를 발굴하고, 그 피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 황우석 박사 같은 사람이 공룡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간단한 것이다. 이제 옛날 피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영화 <이매큘레이트>는 성경책이랑 ‘쥬라기 공원’만 있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미국 소녀 세실리아(시드니 스위니)는 다니던 성당 사정으로 이탈리아의 한 수녀원으로 가게 된다. 어릴 적 호수 빙판에 빠져 7분간 심장이 멎은 적이 있기에 그 누구보다도 신심(信心)이 깊다. 이탈리아 성모 마리아 성당의 테데스키 신부는 세실리아를 반갑게 맞이하지만, 곧바로 악몽같은 수녀원 생활이 시작된다. 이탈리아어가 서툰 그녀는 주위에서 수군대는 말의 불온함을 곧 캐치한다. 그런데 악몽을 꾼 뒤 놀랍게도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된다. 성당의 의사 검진 결과 ‘처녀수태’란다. 이제 살아있는 기적의 징표로 떠받들어진다. 그런데, 점점 더 사악하고도, 끔찍한 성당의 비밀에 내던져진다. ‘처녀수태’는 기적이나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되어간다.

이매큘레이트

영화 제목 ‘이매큘레이트’(Immaculate)는 ‘흠이나 티가 전혀 없는, 깨끗하고 순결한’이란 뜻이다. 그런데 종교적으로는 무원죄 잉태설(Immaculate Conception)을 말한다.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성모 마리아가 잉태를 한 순간 원죄가 사해졌다는 로마 가톨릭의 믿음’을 뜻한다. 무염시태(無染始胎)라고도 한다. 세실리아가 임신했을 때 테데스키 신부가 ‘동정인지, 남녀관계가 있었는지’ 묻는 장면이 나온다. 세실리아에게는 불쾌하거나, 공포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세실리아의 이 기적 같은 잉태가 순조롭게 출산으로 이어질지 공포의 질주가 시작된다.

영화는 공포영화의 몇 가지 기술을 집어넣는다. 갑자기 무서운 장면이 튀어나온다거나, 괴기스러운 소리와 함께 추락과 피범벅, 비명이 음침한 성당 안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끝없이 울러 퍼진다. 세실리아에게 우호적인 사람은 일찌감치 제거되면서 비밀과 적의(敵意)에 둘러싸인 수녀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혼자 발버둥 친다. <이매큘레이트>는 그런 비밀스럽고, 성스럽고, 그래서 더 의심스러운 수녀원이라는 공간에서 사탄에 가까운 신부 성직자와 믿음의 사투를 펼치는 것이다.

이매큘레이트

<이매큘레이트>는 세실리아를 연기한 시드니 스위드가 제작까지 맡았다. 오래 전 보았던 시나리오를 꺼내 완성시킨 것이다. 영화는 공포영화의 수단과 방법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그리고, 신성모독에 가까운 컨셉과 할리우드적 음모론으로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시드니 스위드의 놀라운 연기- 순결하고 천사 같은 세실리아에서 사탄에 맞서는 잔다르크 같은 결기까지, 영화를 하드 캐리한다. 결국, 모든 유폐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호러물이 그렇듯이 여주인공은 그 곳을 빠져나와 찬란한 아침 해를 맞이하게 된다.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찬란한 해를 맞이한 시실리아를 보면서 그제서야 ‘여성의 몸’과 ‘그 권리’에 대한 정치적인 함의를 생각할 여유가 생기게 된다. 물론, 곧바로 돌덩어리에 짖눌리지만.

참, 예수님의 손바닥에 박혔던 그 대못은 지금 어디에 보관되어 있을까. 핏자국이 남아있을까. 유효한 DNA를 추출할 수 있을까. 폴 버호벤의 <베네데타>보다는 편하게 볼 수 있고, 종교수업과 함께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이매큘레이트'이다. 이 모든 것이 시드니 스위드 덕분이다.

▶이매큘레이트 (원제:Immaculate) ▶감독: 마이클 모한 ▶각본: 애드루 로벨 ▶출연:시드니 스위니(시실리아), 알바로 모르테(살 테데스키), 베네데타 포르카롤리(그웬 수녀), 도라 로마노(수녀원장), 조르조 콜란젤리(추기경), 시모나 타바스코(마리 수녀) ▶배급:디스테이션 ▶개봉: 2024년 7월17일/15세이상관람가/8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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