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 다시 뭉친 영화계... "영화판 새로 짜겠다"

3377TV정보人气:166시간:2024-07-29

18개 단체 아우른 영화인연대 27일 출범
스크린 독과점 홀드백 등 현안 해결 나서
"공존과 상생 위한 대안 마련에 집중"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출범식에서 영화인들이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지난 27일 오후. 장대비가 내렸으나 서울 종로구 한 카페 2층은 사람들로 붐볐다. 영화인 500명가량이 참가비 2만 원씩을 내고 참석했다. 영화 ‘남부군’(1990)과 ‘부러진 화살’(2012), ‘소년들’(2023) 등의 정지영 감독은 “18년 만에 영화인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가 마련됐다”며 감회에 젖었다. 국내 영화계는 불황에 고통받고 있으나 이날만큼은 테이블 곳곳에서 활기가 넘쳐났다. 한국 영화 위기 타개를 내건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가 공식 출범하는 자리였다.

18개 영화단체 참여.. 상업·독립영화 아울러



영화인연대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감독조합(DGK),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여성영화인모임, 전국독립영화전용관네트워크 등 국내 18개 영화 단체로 구성됐다. 영화계에서 상업영화 쪽과 독립영화 쪽 단체들을 아우르는 집단이 활동하는 것은 2006년 스크린쿼터문화연대를 중심으로 한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이후 18년 만이다. 분야별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온 영화계 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게 됐다는 점에서 행보가 주목된다.

영화인연대는 영화계 현안 해결과 더불어 새로운 판 짜기에 나서려 한다.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독과점에 따른 불공정한 시장 환경, 다양성 위축 등 해묵은 문제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큰 폐해로 이어졌고 영화산업이 붕괴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판단에서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제공

영화인연대는 정식 출범에 앞서 지난 5월부터 전주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국회 등에서 토론회를 열어 스크린 독과점, 홀드백(영화가 극장 개봉 이후 OTT 등 부가판권시장에 공개되는 시간) 기간 축소, 관람료 배분 수익 하락(일명 객단가 하락) 문제 등을 제기해왔다. 지난 6월과 이달 초에는 영화관람료 인상이 담합으로 이뤄졌고, 관람료 수익 정산이 투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함께 멀티플렉스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공정환경조성, 독립·예술영화 특위로 활동



영화인연대는 공정 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 마련과 행동을 병행하는 동시에 독립·예술영화 살리기에도 나선다. 영화인연대 관계자는 “(27일 열린 단체 출범) 총회에서 공정환경조성 특별위원회와 독립·예술영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의결했다”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인사들이 두 특위에 고루 배치돼 앞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올해 예산에서 독립영화 지원금을 대폭 삭감해 큰 반발을 샀다.

영화인연대 활동은 멀티플렉스 3사와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화체육관광부, 영진위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영화인연대는 출범 선언문에 “공존과 상생의 정신”을 내세웠다. 영화인연대 관계자는 “극장 쪽도 우리와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기에 큰 갈등은 없을 것”이라며 “영화인연대는 비판을 넘어서 대안을 마련해 제시하는 방향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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