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르고 붙이기’.. 가족의 굴레, 카드 빚의 늪 (KBS독립영화관)

3377TV정보人气:106시간:2024-08-06

자르고 붙이기

매주 금요일 밤 방송되던 KBS 1TV 독립영화관이 이번 주에는 오늘(6일) 화요일 밤에 방송된다. 파리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 영향으로 사흘 앞당겨 편성되었다. 오늘 방송은 정동진독립영화제 배리어프리 특별전으로 세 편의 단편영화가 시청자를 찾는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8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강릉시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다.

김효준 감독의 <자르고 붙이기>는 경제적 위기에 처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하는’ 카드빚의 악순환을 보여준다.

수산물시장에서 얼음포대를 나르는 준호는 잠시 앉아 담배 한 대를 피운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반송된 편지를 보니 신용카드가 발급된 모양이다. 힘든 하루 일을 끝내고 돌아간 곳은 고시원. 엄마와 한 방에 기거하고 있다. 알고 보니 옆방에는 아내와 어린 딸이 있다. 그렇게 그 가족은 고시원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들은 엄마와 맥주캔을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엄마, 나한테 숨기는 것 없어요?’라고. 엄마가 아들 몰래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것이다. 아들은 힘들게 노동을 하며 카드빚을 갚아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도 아버지가 남긴 빚더미. 집도 절도 없이 고시원에 기거하며 겨우겨우 빚을 갚고 있는데, 엄마란 사람은 ‘카드’를 만들다니. 엄마는 또 생각이 다르다. “카드로 막을 수 있어.”라고. 카드 돌려막기의 위험함을 아는 아들은 가위를 꺼내들고 카드를 자르려 한다. 한사코 막으려는 엄마. 그만 사고가 터진다. 흥건한 피. 그 소동에 옆방의 아내와 딸이 나오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다행히 병원에서는 가벼운 봉합조치로 끝낼 수가 있었다. 퇴원해도 된다는 간호사의 말에, 준호는 “입원시켜 주세요”란다. 그리고는 자신이 자른 카드를 테이프로 다시 붙인다.

자르고 붙이기

영화 제목 ‘자르고 붙이기’는 영화를 다 보고나서야 그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아들은 ‘어쩌면 철없는’ 엄마의 카드를 잘라버려야 ‘부채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엄마는 ‘고시원에 사는 처지’가 너무나 미안하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격한 감정의 순간을 만날지 모른다. 준호는 삶이 너무 힘들다. 좁은 고시원 방에서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을 것이다. ‘스노우볼’ 불빛에 행복해하는 어린 딸에게 미안하고, 아내에게 미안하고, 엄마에게 미안할지 모른다. 미안하면서도, 어쩌면 자신의 처지가 불쌍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갑자기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을 것이다. 혼자서 헛구역질을 하며 캑캑거린다. 그때 엄마와 눈이 마주친다. 엄마는 자신이 입원해 있다는 것이 너무나 미안할 것이다. 모든 것을 어떻게든 책임지려는 엄마와, 뚜렷한 대책 없이 ‘내가 알아서 할게요’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아들의 부조리한 상황을 통해 ‘가난한 가족’의 절망 속 작은 희망을 엿보게 된다.

김효준 감독의 <자르고 붙이기>는 제7회 충무로영화제-감독 주간에서 ‘올해의 배우상(황재필)과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단편대상을 수상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족부양의 중압감을 느끼게 될 때마다 언급될 걸출한 단편이다.

▶ 자르고 붙이기(2022) ▶감독/각본/편집:김효준 ▶출연:황재필, 신혜경, 장재희, 이상희 ▶촬영:박경균 ▶프로듀서:한준희 ▶시간:26분 ▶2024년 8월 6일(화) 밤 11시 KBS1TV <독립영화관>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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