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카 한 대 타고 어디든 여행 떠나자 지금 당장 행복해야지

3377TV정보人气:581시간:2024-07-01

[창·작·가] 영화 ‘카브리올레’ 조광진 감독웹툰,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 도전한 조광진 감독은 “모두 이야기를 만드는 게 좋아서 한 일”이라며 “경험하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자아를 찾고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주로 써왔다”고 말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상추도 사람이랑 똑같아요. 살 힘은 남겨놔야지.”

지아(금새록)에게 상추 따는 법을 알려주던 병재(류경수)가 넌지시 말한다. 상추를 딸 땐 아직 덜 자란 속잎은 놔두고 크게 자란 겉잎을 따야 오랫동안 수확할 수 있다. 지아는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얼굴로 움직이던 손을 멈춘다. 지아는 회사에선 믿을만한 부하 직원으로서, 가족에겐 기댈 수 있는 맏딸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완벽히 해내느라 에너지를 소진해버렸다.

그녀는 왜 지금 상추밭에 있는가. 오래전 ‘신입사원 오지아’는 의욕에 가득 차 있었다. 남들보다 더 많이 벌고 더 빨리 승진하는 것이 더 행복해지는 길이라 여겼다. 상사가 시키는 일은 무리해서라도 해냈고 회식이면 회식, 자기개발이면 자기개발 무엇 하나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 월급을 따박따박 모아 동생 등록금도 댔다. 그 돈을 아버지가 도박으로 홀랑 날려버려도 군말없이 다시 돈을 부치는 딸, 지아는 좋게 말하면 둘도 없는 효녀였다. 때로 힘에 부치긴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생활이었다. 과로로 쓰러졌다가 느닷없이 암을 선고받기 전까진 말이다. 수술하면 나을 수 있다는 얘기에 직장 상사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찾아온 친구 안나(한예지)가 사는 데 지쳤다며 카브리올레(유럽에서 오픈카를 가리키는 단어) 한 대를 타고 당장 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회사에서 중요한 계약 건을 맡았으니 이 일만 끝나면 떠나자”는 지아에게 안나는 “사람이 언제 죽을 줄 알고. 지금 행복해야지”라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지고 돌아섰다. 이튿날 안나의 장례식장에서 지아는 결심했다. 카브리올레를 사기로, 그걸 타고 어디로든 떠나기로.

영화 ‘카브리올레’는 웹툰 작가 조광진의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시사회 직후 조 감독을 만났다.

그는 “입시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의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렸다. 영화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에게 자랑할만한 필모그래피로 남으면 좋겠다”며 “일도 가족도 중요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좋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자기 스스로를 제대로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화제작이었던 이 영화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K직장인의 번아웃 극복기’다. 남에게 귀감이 되는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요즘 말로 ‘갓생’이라고 한다. 신을 뜻하는 영어 단어 갓(god)과 인생을 합친 단어다. 갓생을 살기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을 버려두고 있는 건 아닌지, 미래를 위해 무작정 현재를 희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영화는 묻는다.

메시지만큼 시종일관 심각한 영화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진 않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의 원작자로 드라마화 당시 극본을 맡았던 조 감독은 이번에도 만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화면을 만들어냈고, 진지한 얘기를 웃기게 하는 재능을 발휘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배우 박서준이 연기한 박새로이가 웹툰 캐릭터와 놀라운 일치율을 보여줬듯이 ‘카브리올레’의 지아와 병재, 기석(강영석)도 방금 만화 속에서 빠져나온 인물처럼 느껴진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은 웹툰 원작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조 감독은 “관객이 그렇게 느낀다면 영화를 만들 때 했던 콘티 작업 덕분”이라면서 “말풍선만 넣으면 웹툰 형식이 되게끔 모든 장면의 콘티를 짠 다음 영화를 촬영했다. 영화 콘티를 처음 만들어 본 거라 ‘이게 맞는 건가’ 헤매면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오히려 ‘웹툰의 영상화’와 반대되는 순서를 만들어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무비 메이킹 웹툰 ‘왜 찍었어~! 카브리올레’를 카카오페이지에 공개했다.

‘카브리올레’의 시나리오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을까. 조 감독은 “브레인스토밍을 하던 중 번아웃, 오픈카, 시골, 경운기 등의 단어를 조합하다가 쓰게 된 글”이라며 “번아웃을 경험해봤고 어릴 때부터 오픈카에 대한 낭만이 있었다. 오픈카는 부(富)나 자유 같은 단어들을 떠오르게 하고 갖고 싶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주인공 지아와 함께 병재와 기석(강영석)이란 인물을 만들어냈다. 병재는 카브리올레를 타고 기석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농촌 마을에서 길을 잃은 지아에게 접근한다. 지아와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던 그는 관객들에게 급격한 장르 전환을 선사한다.

조 감독은 “금새록은 스폰지처럼 감독의 의도를 흡수하는 욕심 있는 배우이고 강영석은 현장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배우”라며 “류경수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진지하게 연기에 임하는 태도가 기분 좋은 긴장감을 줬다”고 돌이켰다.

재미있는 시도가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자신이 어떻게 여행을 결심하게 됐는지 지아가 기석에게 설명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흑백 무성 영화로 바뀐다.

그는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편집하다보니 지아가 그간의 과정을 구구절절 푸는 과정이 지루했다”며 “재밌게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도한 방법”이라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흥행에 대한 부담을 묻자 조 감독은 “애초에 그런 욕심을 내지 않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웹툰에서 시작해 영화까지 도전한 것에 대해선 “모두 결국은 이야기를 만드는 게 좋아서 한 일이다. 다양한 직업을 가져보고 싶은 욕심쟁이이기도 하다”며 웃었다.

여러 현장을 경험해 본 데서 오는 시너지도 기대한다. 조 감독은 “작가가 촬영 현장을 아는 건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이나 제작, 글 등 한 부분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이라며 “때론 그게 창작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요즘 업계가 주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작품들은 청춘의 도전과 방황을 담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조 감독은 “개인적인 경험과 느낌을 주로 투영하다보니 자아, 자유 등을 키워드로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 꼭 청춘을 주인공으로 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자아 확립이 덜된 사람들, 방황하는 사람들은 보통 젊은이”라며 “이번 영화에선 지아의 캐릭터에 많이 이입했다. 30대에 들어서면서 스스로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번아웃을 겪은 일 등이 반영됐다”고 털어놨다.

이제 마흔을 향해 가는 그가 관심 갖게 된 이야깃거리 중 하나는 디지털 노마드다. 조 감독은 “일정 소득이 있으면 노트북 한 대만 가지고 비자가 통용되는 국가에 가서 체류할 수 있는 제도”라며 “이와 관련된 소재들이 내게 ‘입력’되고 있다. 직접 경험해보려 한다”고 기대에 찬 눈으로 말했다.

사이트의 모든 비디오 및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수집되었으며, 원 저작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이 웹 사이트는 리소스 저장을 제공하지 않으며 녹화, 업로드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Copyright © 2024 www.jokeol.com All Rights Reserved
Telegram:@wgb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