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아이: 폐허’ 스틸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 이하 ‘영상자료원’)이 지난 28일부터 오는 6월 12일까지 시네마테크 KOFA(상암동 소재)에서 ‘필리핀 영화의 황금기: LVN Pictures(이하 LVN)’ 기획전을 개최중이다.
기획전은 영상자료원이 주최하며, 주한 필리핀 대사관, ABS-CBN이 후원한다. 이번기획전에서 1950년대 필리핀 영화의 1차 황금기를 이끈 LVN의 작품 중 디지털화 된 9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모든 작품은 국내에서 최초로 상영된다. 특히 태평양 전쟁 이전 제작된 <내 사랑(Gilow KO)>, <아다르나(Ibong Adarna)>가 상영되며, 전후 제작된 <맹세(SIMPAAN)>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선보인다. 필리핀 고전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조엘 데이비드 인하대학교 교수가 필리핀 영화의 황금기를 설명하는 강연도 개최될 예정이다.
필리핀 영화의 1차 황금기를 이끈 LVN Pictures 필리핀 영화의 시작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1919년 필리핀인이 최초로 제작한 것으로 기록된 <시골의 하녀 Dalagang Bukid>가 등장하였다. 1930년대엔 발성영화 제작, 컬러영화 현상소 설립 등 필리핀 영화계는 동시대 영화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1936년엔 <잠보앙가 Zamboanga>가 최초로 미국 전역에 개봉되기도 하였다. 1940년대 태평양 전쟁으로 시련을 겪게되지만, 1950년대에 이르면 소위 ‘빅 포(LVN Pictures, 삼파기타(Sampaguita Pictures), 프리미어(Premiere Productions), 레브란(Lebran International)’로 불린 프로덕션들을 중심으로 필리핀 영화의 1차 황금기를 맞이한다.
1950년대 연간 평균 350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이는 동시대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규모뿐만 아니라 국제영화제에 꾸준히 작품을 출품하였고, 아시아 영화제에서는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이런 필리핀 영화계 활기의 중심엔 LVN이 있었다. LVN은 1938년 필리핀의 대표적인 감독 중 한 명인 마이크 데 레온의 할머니인 도나 나르키사 데 레온(Dona Narcisa de Leon)과 친구인 카르맨 빌롱코(Carman Vilongco), 엘루테디로 나보아(Eluterio Navova)가 자신들의 이름 이니셜을 합쳐 만든 회사이다.
‘바자오: 바다의 집시’ 스틸
1939년 <내 사랑(Giow Ko)>을 시작으로 코미디, 뮤지컬 영화 제작에 강세를 보였고, 특히 ‘슈퍼프로덕션’ 대작 영화들을 주로 제작하여 필리핀 최대 영화 제작사로 이름을 알렸다. 1961년 포스트 프로덕션 회사로 바뀌기전까지 대략 130편의 작품을 제작하였고, 1955년부터 1956년 사이에는 한 달에 3~4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필리핀 영화의 황금기: LVN Pictures’는 필리핀 영화의 근간을 이룬 필리핀 고전 영화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도록 1930년대부터 1960년까지의 주요한 필리핀 영화 9편을 상영한다.
이번 ‘필리핀 영화의 황금기: LVN Pictures’에서 선보이는 필리핀 영화들은 모두 한국 프리미어로 공개되며, <맹세(SUMPAAN)>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이다. 현재 필리핀에 남아있는 태평양 전쟁 이전 작품은 5편이다. 그 중 2편(<내 사랑(Gilow KO)>, <아다르나(Ibong Adarna)>)를 국내 최초로 상영한다. 1939년 LVN이 처음으로 제작한 <내 사랑>은 뮤지컬, 농촌 드라마로 당시 유행하던 필리핀 장르 영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으며 당시 필리핀이 가진 미국을 향한 동경을 엿볼 수 있다.
<아다르나>는 동명의 서사시를 각색한 LVN의 대작 영화로 전설의 새 아다르나가 등장할 때 수작업으로 색을 입힌 시퀀스를 삽입하여 당시 큰 인기를 누렸으며, 1930년대 LVN의 제작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1948년 태평양 전쟁 후 제작된 <맹세(SUMPAAN)>는 2024년 디지털화를 마친 작품으로 필리핀을 제외하고 해외에서 처음 상영된다. 로맨스 영화로 필리핀에서 최초로 성공한 여성 감독인 수사나 C. 데 구즈만이 연출을 맡았다.
1950년대 황금기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인 람베르토 V. 아벨라나의 <슬픔의 아이:폐허(Anak Dalita)>, <바자오: 집시의 바다(Badjao: The Sea of Gypsies)>도 상영된다. <비애의 아이:페허>는 현재는 마닐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인트라무로스’에서 촬영한 작품으로 1956년 아시아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영화는 전후 피폐해진 필리핀의 풍경과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어, 필리핀 리얼리즘 영화 계보의 초석에 놓이는 작품이다.
<바자오: 집시의 바다>는 바다에 사는 부족인 ‘바자오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로 로케이션 촬영을 한 LVN의 대작 영화이다. 이외에도 필리핀 영화의 황금기를 시작하는 시기에 제작된 <파시그 강의 뮤즈>, 필리핀 스튜디오 제작시스템의 완숙기에 제작된 <말바로사(Malvarosa)>, <대지의 축복 (biyaya ng lupa)> 등 당대 필리핀의 특수촬영 기술을 엿볼 수 있으며 무성영화 연출법을 차용하고 있는 <세쌍둥이(Triplets)>까지 총 9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또한 6월 8일 필리핀 영화 전문가인 인하대학교 조엘 데이비드 교수를 초청해 필리핀 영화의 황금기에 대한 강연도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상영일정은 영상자료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