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화제를 모으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유튜버 '유나'. 거액의 계약을 제안받고 행복에 부풀어 있던 중,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자동차 트렁크 안에서 눈을 뜬다. "당신이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방송하세요" 드라이브를 멈추게 할 방법은 오직 하나, '유나'를 납치한 익명의 범인은 '유나'에게 라이브 방송으로 6억 5천을 벌면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제한 시간 1시간, 달리는 차 안, 인기 유튜버의 목숨을 건 트렁크 생방송이 시작된다!
▶ 비포스크리닝
아찔한 카레이싱, 여성 주인공의 액션으로 호평받았던 영화 '특송'의 각본가로 영화계에 데뷔한 박동희 감독이 이번에도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며 감독에 데뷔한다. 2017년에 완성한 이 시나리오르 박동희 감독은 제41회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에 이어 제22회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 폐막작 선정, 제20회 바르셀로나 아시안 썸머 필름 페스티벌 경쟁 부문 초청, 제17회 시카고 아시안 팝업 시네마 비경쟁 부문 초청, 제10회 그리스 호러란트 필름 페스티벌 폐막작 선정까지 국내 개봉 전부터 각종 해외 영화제 초청 소식을 전하며 탄탄한 완성도와 그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여기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박주현이 원톱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자동차 트렁크에 갇힌 채 라이브 방송을 해야 한다는 신선한 소재와 더불어 제한된 공간으로 인한 연출, 연기의 제약을 어떻게 극복했을지도 관전포인트다.
▶ 애프터스크리닝
숨막히는 긴장감 때문에 숨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차오를 때쯤 영화가 끝난다. 지루할 틈이 없다. 러닝타임도 90분으로 너무 착하다. 군더더기 없이 알싸하게 본론으로 들어가고, 그 본론은 더 뭐가 있겠어? 싶을 시점에 빵빵 반전을 터트리며 드라마틱한 전개를 이어간다. 시나리오만 썼던 사람 맞나? 감독의 이력을 다시 되짚어보게 만드는 영화다.
한 초보 유튜버의 영상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순식간에 이 유튜버가 어떻게 성장해 70만 구독자를 거느리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현재, 다 탄 김치전을 억지로 먹고 토하던 초보 유튜버는 자신의 몸값을 두고 억대 계약금으로 밀당을 하는 능구렁이로 변해있었다. 어떤 현장이건 구독자와 돈으로 계산하는 주인공에게 애정을 느끼기 어렵다 싶은 순간 위기에 닥친다. 트렁크에 갇히게 된 여주인공. 그녀를 긴박하게 구조를 요청하지만 뿌린대로 거두는 법. 진심은 통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자동차 트렁크에 갇힌 채 납치된다는 설정은 예고에서도 보여줬고, 그래서 이 제한된 공간에서 더 뭘 보여줄 수 있을지는 관람 전부터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을 감독은 생각보다 영리하게 해소시켰다. 좁은 트렁크지만 그 안의 공간을 알차게 활용했고, 주인공 손에 휴대폰을 쥐어주며 외부와의 소통도 가능하게 했다. 소통이 가능하면 쉽게 구출될 줄 알았지만 그 동안 보여줬던 모습으로 인해 오히려 도움의 손길조차 거둬가게 만든다. 이렇게 다양한 반전을 자동차 트렁크 안에 담았다니!
게다가 이 자동차는 정차되어 있지 않고 도로를 질주한다. 헉 소리가 나는 역대급 카체이싱이 펼쳐지는데 단순한 추격전이 아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객석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꽉 움켜쥐게 될 것. 추격씬 보다 더 아찔한 카체이싱은 기대해도 좋다.
이 작품의 대부분의 화면 지분은 트렁크에 갇혀 땀에 엉겨붙은 머리칼로 엉망이 된 박주현의 얼굴이 차지한다. 시작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표정 변화나 감정의 수위를 치밀하게 계산되어 지루함이 없다. 자신만만한 모습부터 획 돌아버린 모습까지 박주현의 모든 걸 보여주는 연기에는 박수를 보낸다. 다만 거슬리는 건 목소리. 타고난 발성이라 이걸 흠잡기가 찜찜하지만 한 사람이 극을 이끌고 가는 작품인만큼 한번 거슬리기 시작하면 끝까지 참아내야 한다. 엎드려 있는 장면이 많다보니 코맹맹이 목소리가 될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탁 터지는 목소리가 아니라 더욱 답답함을 안겨주는게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장르의 마니아라면 영화의 결말을 생각보다 빨리 눈치챌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관객이라면 충분히 신선함과 재미를 느낄수 있을 것. "무엇을 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데 극장을 나서며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눠 보는 것도 좋을 것.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납치되어 달리는 차의 트렁크에서 1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6억 5천만 원을 벌어야 하는 인기 유튜버의 긴박한 사투를 그린 트렁크 납치 스릴러 '드라이브'는 6월 1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