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자기 만의 이유가 있지”..성자와 죄인의 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원맨’ [오동진 영화만사]

3377TV정보人气:191시간:2024-09-05

'원맨' 스틸
킬러 액션 영화의 대가로 불리는 리암 니슨의 신작 ‘원맨’은 의외로 시대배경이 1974년인 작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북아일랜드 사태와 관련이 있으며 극중 사건이 벌어지는 곳은 벨파스트에서 떨어져 있는, 듣도 보도 못한 ‘글렌 콜름 킬’이란 해변 마을이다. 아마도 가상의 공간으로 보인다. 

주인공 핀바 머핀(리암 니슨)은 브로커 로버트 맥큐(콤 미니)에게 청부를 받아 사람을 죽이고 마을 숲 속 깊은 곳에 묻는다. 숲 속은 그가 사람을 묻고 심은 나무로 가득하다. 핀바가 죽인 사람은, 어떤 인간들인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과거에 무엇인가 안 좋은 일을 벌였거나, 아니면 핀바처럼 누구를 죽여서 원한을 샀거나, 안 좋은 일에 엮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다.

그게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사연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얘기까지 영화가 풀어 낼 시간은 없어서였을 것이다. 하드 보일드 시나리오의 제1 법칙은 불필요한 이야기는 초반에 싹 다 걷어 낼 것, 제2법칙 가능하면 본론으로 직진할 것, 제3법칙 곁가지 얘기들은 과감하게 생략할 것이다. ‘원 맨’은 그 점에 충실한 작품이다. 

핀바가 어떤 과거를 가진 남자인지는 그저 짐작할 뿐이지만 그가 이 외진 마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심성이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그게 또 위장이나 위선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는 언제 어디선가 마가렛이란 이름의 아내와 살았는데 이미 고인이 됐고 지금은 옆집 여자 리타(니암 쿠삭)에게 마음을 살짝 빼앗긴 상태이다. 리타의 남편은 지금 병으로 죽어 간다. 핀바는 가르다(GARDA 아일랜드 경찰조직) 소속의 빈센트(시아란 힌즈)와 종종 사격술 내기를 하며 소일 거리로 돈을 따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은 핀바를 점잖고 좋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핀바도 이제 살인청부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한다. 그는 이웃 여자 리타에게서 정원 가꾸는 일을 배우며 살 생각이다. 그러나 세상과 사람들이 그런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1974년이라면 북아일랜드 역사에 가장 잔혹한 기간에 속한다. 1972년의 일명 ‘블러디 선데이사태(영국군의 총격으로 의해 북아일랜드인 14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1981년 바비 샌즈가 단식 투쟁으로 굶어 죽을 때까지 거의 10년간 온 사방에서 영국군의 학살과 IRA의 보복 폭탄 테러가 끊이지 않았던 때였다. 

북아일랜드 사태는 1969년 벨파스트 봉쇄로 영국국교계 영국 이주민들이 가톨릭계 북아일랜드 거주민 지역을 봉쇄하고 탄압하면서 시작됐다. 북아일랜드인들의 독립 투쟁은 한편으로는 영국과 또 한편으로는 같은 민족인 (남)아일랜드와 벌여야 했으며 정치적으로는 순수하고 타당했으나 IRA라는 무장 군사 조직이 개입하면서 폭력의 순환 고리를 끊어 내지 못했다. 영화 ‘원맨’ 역시 그 와중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영화에서 핀바 머핀의 대척점에 서있는 IRA 테러리스트들, 특히 그들의 리더인 도이렌(케리 콘돈)은 자신의 행동에 다 이유가 있어서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숭고한 목적의 방향과 경계가 상실된 상태이다. 모두들 다 이유가 있지만 그 회오리 안으로 들어 가면 죽고 죽이는 살육 외에는 별로 남는 게 없다. 영화의 이런 아우라는 사실 원제를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원제는 ‘성자와 죄인의 땅’이다. 성자와 죄인은 서로 대립하는 척 하지만 같은 곳에서 공존하고 있으며 누가 성자이고 누가 죄인인지 어떤 때는 그 관계가 마구 뒤집히기도 한다는 것이다. 1970년대의 북아일랜드가 그랬다. 성자와 죄인이 같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정, 그 기구한 이야기들을 ‘원맨’은 하드 보일드 액션의 이야기로 축약해 낸다. 그 상징성이 꽤 여러 생각을 갖게 만드는 영화다.

북아일랜드 출신인 리암 니슨은 독립영웅이자 배신자였던 마이클 콜린스 전기 영화에 나온 배우였지만 우연찮게 자경단 류의 영화(범죄조직을 사법당국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처단하는 내용)인 ‘테이큰’(2008)에 출연한 이후 지난 16년간 수없이 많은 액션영화에서 총을 쏘고, 몸싸움을 하며, 주먹을 날리는 연기를 해 왔다. 리암 니슨은 1952년생, 72세이다. ‘테이큰’의 속편인 2편(2012)에서 그는 이런 식의 대사를 한다. “이제 그만 좀 하자. 지긋지긋해.” 그때 그의 말은 자신이 액션연기를 계속 하는 것이 지긋지긋해졌다는 말처럼 들렸다. 리암 니슨은 아무리 늙었어도 여전한 액션 스타이다. 그가 이번에 들고 나온 영화는 사연 많은 북아일랜드 사태 때의 살인극이다. 그때 정말 저런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오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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