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추천작 리뷰 ①

3377TV정보人气:380시간:2024-09-25

<혁명을 경작하다> Farming the Revolution



니쉬타 자인, 아카시 바수마타리/인도, 프랑스, 노르웨이/2024년/105분/개막작, 국제경쟁

아직 코로나19가 세계 곳곳을 휩쓸던 시기. 인도 정부가 농업개혁법을 제정하고, 농민들은 물론 모두가 공멸할 것임이 틀림없는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50만명이 넘는 국민이 집결한다. 대규모 시위대가 결성되자 정부는 물대포와 가스탄을 동원해 진압하지만, 성별과 계급, 연령과 직업 등을 불문하고 한데 섞인 불씨가 금세 고요해질 리 없다. <혁명을 경작하다>는 집회 현장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이 법안의 시행과 철폐까지의 긴 여정을 소상히 살피는 다큐멘터리다. 농민이 가장 많은 국가로 알려진 인도에서 이 시위는 가히 혁명이었다. 수도 뉴델리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들고일어났고, 동질의 고통을 공유하는 이들의 연결은 끊임없이 확장되었다. 이곳에서 그들은 낮에는 트랙터를 탱크 삼아 전진하는가 하면, 밤에는 생일 케이크의 초를 불며 시위 현장을 일상으로 전유하기도 한다. 시위의 흐름에 더 주목하고는 있지만, 개개인의 자리도 간과되지 않는다. 삶의 중요한 문제인 노동을 어떻게 대할지, 그리고 그 노동을 정직하게 수호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일지를 거시적, 미시적 관점을 교차하며 다룬다. 핫독스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대상을 수상했고,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즐거운 나의 집> Home Sweet Home



아니카 메이어/독일/2023년/67분/국제경쟁

어째서 과거는 대개 아름다움의 얼굴로 수복되는가. <즐거운 나의 집>의 모든 장면은 그저 평화롭고 안온한 홈비디오의 풍경이다. 따뜻한 햇살 아래 돗자리를 깔고 수프를 나눠 먹는 식구들, 늘 웃고 있는 어느 건장한 남자와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젊은 여자. 그러나 화면 위로 나이든 여성의 내레이션이 덧입혀지면 우리는 이 푸티지의 무해한 표면이 가렸던 낮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2020년의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의 오래된 슈퍼 8mm 필름을 발견한 아니카 메이어 감독은 영상 속 조부모의 젊은 시절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행복해 보이지만, 오늘날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감독의 할머니는 악랄했던 가정폭력의 막후를 건조하게 진술한다. 그녀의 남편은 아내와 아이들을 모질게 괴롭힌 인간이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드러내는 그의 얼굴에서 우리는 어떠한 폭력의 기미도 감지할 수 없다. 시각적, 청각적 정보의 불일치는 각 감각이 서로 가질 수 없는 역량과 한계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선제적으로 기록된 역사와 뒤늦게 도착한 증언이 부딪치면서 무언가가 깨져나간다. 물론 영화는 보다 명확한 답을 가진 태도로 임하지만, 양자 사이의 오랜 시차가 빚어내는 진실의 구멍은 곱씹어볼 만하다.

<풀>



이수정/한국/2024년/88분/한국경쟁

<깔깔깔 희망버스> <재춘언니> 등 부당한 억압에 저항하는 불법적 존재들을 가까이서 담아온 이수정 감독은 신작 <풀>을 통해 대마와 그 주변 인물들을 탐구한다. 독재 정부가 국민의 자유를 단속하기 위해 유명 연예인들을 볼모로 삼아 획책했던 대마초 파동이 어언 50여년 전의 일이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에서 대마는 마약이라는 편견으로 그 가치와 효용이 정당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영화는 환자에게 대마를 권했다가 체포된 전직 의사, DMZ 접경지역에서 대마를 재배하며 새로운 생태계의 가능성과 더불어 평화운동을 도모하는 농부 등을 따라가면서 한국 사회에서 대마가 부딪히는 두꺼운 인식의 장벽을 파고들어나간다. 낯익은 뮤지션이 등장해 대마가 자신에게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설파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암스테르담의 대마 가게에서 경험한 첫 흡연담을 소박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다만 살고 싶어서, 그러나 똑같이 살기는 싫어서 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이 여전히 관리와 감독이라는 미명하에 간섭받는 현실을, 영화는 어느 식물의 역사와 함께 쓸쓸하게 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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