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계자’ 공식포스터, 사진제공|NEW
■편파적인 한줄평 : 마무리 공사가 왜 이래요.
놀 수 있는 판은 깔았다. 먹고 싶은 떡밥도 툭툭 던져놨고 궁금증도 풍선처럼 부풀려놨다. 이젠 쓱쓱 줍고 시원하게 답을 내면 되는데 어째 시간이 지날 수록 미적거린다. 터뜨려야 할 때를 놓치고 ‘관념’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종내엔 물음표가 뜰 수도 있다. 마무리 시공이 답답한, 영화 ‘설계자’(감독 이요섭)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범죄의 여왕’ 이요섭 감독이 판을 깔고, 강동원, 이무생, 이미숙, 김홍파, 김신록, 이현욱, 이동휘, 정은채, 탕준상 등이 말을 놓는다.
좋은 말을 지니고도 레이스가 늘어진다. 초반 반짝이는 캐릭터 플레잉과 ‘설계된 사고’라는 미스테리한 소재로 관객들의 관심을 붙잡는 데엔 성공하지만 마무리까지 치닫는 힘이 부족하다. 은유와 비유가 넘쳐나는 대사, 인물 사이 숨겨진 비밀들이 극 초반 흡인력을 높이는 강점이었다면, 이런 것들의 힘이 후반부와 클라이막스에서 팍 터지지 못하면서 관념적인 느낌으로만 남는다. 범죄물에 추리 요소를 섞은 장르라 끝까지 이어지는 스릴과 비밀이 파헤쳐졌을 때 쾌감이 중요한데 그 ‘쾌감’을 놓친다. 흥미롭게 보던 관객들도 ‘엔딩이 왜 이래?’라고 심드렁해질 수도 있다.
‘영일’의 감정선 변화도 후반 급작스럽다. ‘영일’이 각성하고 판을 뒤집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제대로 감정선을 쌓지 못해 그의 심적 변화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장점도 있다. 국내 영화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캐릭터 설정이 흥미롭다. 특히 이현욱이 연기한 월천 역은 등장과 동시에 시선을 빼앗는 치트키다. 여기에 ‘점만’ 역의 탕준상과 보여준 티키타카는 서로 캐릭터성을 부각하면서도 관객이 이들의 얘기에 흥미를 느끼게끔 한다. 강동원의 ‘영일’과 이미숙의 ‘재키’ 역시 개성있는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극 중 팀 플레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진실만 쫓는 형사 ‘양경진’으로 분한 김신록은 진짜 탁월하다. 또한 세련된 그림도 보는 맛을 더한다. 오는 29일 개봉, 러닝타임 99분.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2.4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