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4]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해외 ’, <파친코> 부산 제작기

3377TV정보人气:147시간:2024-11-08

세계로 뻗어간 부산의 해외

부산에서의 영화, 시리즈 촬영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 중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선택을 받은 <블랙 팬서>가 부산 세계화의 시작을 이끌었다. 13분이나 이어진 부산의 촬영 장면에서는 광안대교, 마린시티, 자갈치시장 등이 “전통성을 비주얼적으로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과학기술과 잘 어우러지는” (<블랙 팬서> 라이언 쿠글러 감독) 비주얼을 이끌었다. 한국인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를 중심으로 전세계 비평가들의 찬사를 이끈 Apple TV 시리즈 <파친코>의 제작진 역시 “역사와 장소를 철저히 고증한 후 원하는 촬영지를 명확히 요구”하며 부산을 찾았다. 세계적 촬영지로 발돋움해가는 부산의 모습을 살펴보자.

<파친코> 부산의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2022년 3월25일부터 4월29일까지 방영된 Apple TV 의 <파친코> 시즌1은 재일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생존기를 1915년부터 1989년에 걸쳐 다룬 대서사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이 쓴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며,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을 비롯해 김민하, 이민호, 정은채 등 다수의 한국 배우가 출연했고 한국계 미국인 영화감독인 코고나다와 저스틴 전이 연출로 참여했다.

<파친코> 시즌1은 로튼 토마토 지수 97%, IMDb 평점 8.4점을 기록하는 등 전세계 비평가들을 사로잡으며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패스트 라이브즈> 등과 함께 아시안 디아스포라 콘텐츠 신드롬의 정점을 이룩했다. 그리고 <파친코>는 부산의 아름다움을 전세계에 알렸다. <파친코>의 선자(김민하)는 현해탄을 건너기 전 부산 영도에서 산다.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간 선자는 약 50년이 지난 후 비로소 부산 땅을 밟는다. 반세기의 시차가 무색하게 노인 선자(윤여정)의 눈 속 부산 바다는 여전히 푸르르고 어시장은 언제나 활력이 넘친다. <파친코>팀은 코로나19 팬데믹 한가운데 부산을 찾아 작품 속 부산과 도쿄의 풍경을 담아갔다. <파친코>의 부산 촬영 현장을 만든 이들의 코멘트와 함께 전한다.

실제 시장과 실제 묘지에서





청년 선자(김민하)가 사랑했던 한수(이민호)는 자갈치시장의 생선 중매상이었다. 노인 선자(윤여정)는 아들 모자수(소지 아라이)와 함께 자갈치시장을 찾아 부산에 살던 어린 시절 즐겨 먹던 해산물을 다시 접하고, 뭘 이런 걸 먹느냐며 질색하는 모자수를 타박하기도 한다. 이어 선자는 아버지의 묘를 찾은 후 모자수에게 여행 일정이 이틀 남았음에도 “우리 고마 집에 가자”라고 말한다. 영락공원에서 촬영한 이 장면에 대해 윤여정 배우는 “아버지의 무덤을 찾은 것으로 자신의 의무는 다했고, 자신은 여기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느낀 것 같다. 복희 언니(김영옥)를 제외하곤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고향 바닷물에 발도 담가봤으니 이제 ‘집’에 돌아가자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부산을 도쿄로 만들다



<파친코> 시즌1 속 도쿄 장면의 대부분은 일본이 아닌 부산에서 촬영했다. 솔로몬(진하)이 첫사랑 하나(정예빈)를 찾기 위해 인파를 헤치며 육교를 오르내리는 장면은 범일동 구름다리에서 촬영했다. 범일동 구름다리는 영화 <친구>의 촬영지로도 유명해 ‘친구 육교’라는 별칭을 가졌다. 양영주 부산영상위원회 촬영지원팀 부장에 따르면 <파친코>팀은 구름다리 바닥에 <친구> 촬영을 기념하기 위해 그려진 그래피티를 CG를 활용해 지우지 않고 직접 제거하는 걸 택했다. 이후 <파친코>팀은 그래피티를 작업한 업체에 재연락해 원상복구를 맡겼다. 도쿄의 회사로부터 해고된 솔로몬이 짐을 챙겨 회사 빌딩을 등지고 나서는 장면은 벡스코가 촬영지다.

물로 이어진 할머니와 손자



솔로몬의 댄스 시퀀스는 센텀시티역 1번 출구에서 촬영했다. 막차 운행 종료 전 약 2시간부터 이용객들에게 우회로를 안내하며 계단 한쪽 방향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막차 운행 종료 시점부터 첫차 운행 전까지 핵심 촬영을 진행했다. 이 시퀀스는 “드라마 속 일본 장면을 촬영하느라 역사의 간판, 광고 등을 일본어로 바꾸는 작업”이 동원됐지만 “부산교통공사의 적극적인 협조와 영화도시 부산다운 시민들의 도움” (양영주 촬영지원팀 부장)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한편 이날은 진하 배우의 첫 촬영이었다. 진하 배우는 솔로몬의 춤을 “자본주의로부터 해방을 맞이하는 순간”이라고 정리한다. “솔로몬은 회사에 최대 이익을 가져다주려는 욕망이 삶의 동인이었다. 그런 그가 금자(박혜진)을 만난 후 자신의 역사와 조상, 유산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금자가 말한, 역사와 몸소 연결되려는 충동을 비로소 느끼고 해방감을 만끽한다.”(진하 배우)



한편 <파친코> 4화의 마지막, 수십년 만에 한국을 찾은 선자 또한 빗속에서 냅다 춤을 추는 손자 솔로몬과 대칭꼴로 비오는 밤 성큼 바다로 뛰어든다. 할머니와 손자는 모두 물속에서 짧은 해방감을 맛본다. 저스틴 전 감독은 이 장면의 연출 의도를 “다른 국가, 다른 세대에 위치한 두 사람이 같은 경험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하며 “둘이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장면에서 물리적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웃음과 오열이 섞인 표현으로 선자의 오랜 회한을 담아낸 윤여정 배우의 명연기는 감지해변에서 촬영됐다. 윤여정 배우는 “‘아버지, 선자 왔어예’처럼 대본에 없던 대사”를 추가해 연기할 정도로 이 장면을 “배우로서 굉장히 소중한 신”이었다고 회상한다.

로케이션의 행운을 완성한 기관간 협조





작품 내부에 명시한 지명과 실제 로케이션이 일치하는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초반에 등장한 어린 선자의 고향은 극 중 설정과 동일하게 부산 영도의 태종대가 촬영지다. 그중 어린 선자(유나)가 뛰어놀던 공간이자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공간은 태종대 내 태원자갈마당이고, 노인 선자가 아버지의 무덤을 높은 곳에서 찾는 공간은 태종대 부설주차장이다. 양영주 촬영지원팀 부장은 “<파친코> 제작팀은 역사와 장소를 철저히 고증한 후 원하는 촬영지를 명확히 요구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중이었지만 관련기관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원활히 촬영을 마쳤다”고 밝혔다. 어린 선자가 물질하는 장면을 촬영할 당시엔 부산시설공단, 부산관광공사, 해경, 영도파출소, 부산항만공사, 부산해양수산청 등 7개 기관의 도움을 받았다.

구청이 쉬는 날



선자와 모자수가 아버지의 묏자리를 찾기 위해 행정기관을 방문하는 장면은 선자의 고향 영도에 위치한 영도구청에서 찍었다. 선자가 복도를 가르지르는 장면은 영도구청 행정지원과 앞 3층 복도고, 선자가 기대 선 벽은 영도구청 2층 계단이다. 구청이 운영하지 않는 토요일에 촬영한 장면이다.







<파친코>에 가다’(<씨네21> 1349호), “<파친코> 솔로몬 춤추던 도쿄 거리, 사실은 부산 센텀이래”(<부산일보> 2022년 4월29일), ‘Pachinko Stars Jin Ha And Anna Sawai On Solomon’s Big Moment, Naomi’s Perspective, And More’(<슬래시 필름>, 2022년 4월1일), “‘Pachinko’ Cast, Crew Take a Closer Look at Season One’s ‘Best Episode’”(<할리우드 리포터>, 2022년 6월8일)에서 발췌 및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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