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 이요섭 감독 “왼쪽을 보면 강동원, 오른쪽엔 이종석…모든 게 다 좋았다”[SS인터뷰]

3377TV정보人气:881시간:2024-05-30

이요섭 감독. 사진 | NEW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이요섭 감독은 틈날 때마다 홍콩 영화 ‘엑시던트’(2009)를 즐겨 봤다. 아내에게 “‘엑시던트’ 리메이크 제안해 오면 무조건 할 거야”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어느날 거짓말처럼 ‘엑시던트’ 리메이크 제안을 받았다. 영화 ‘설계자’의 탄생비화다.

1980년대 홍콩이 배경인 ‘엑시던트’를 2020년대 대한민국 배경의 ‘설계자’로 고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범죄의 여왕’이란 전작이 있지만, 저예산 영화에 블랙코미디였다. 사실상 상업영화 데뷔나 마찬가지인 이 감독에게 ‘설계자’는 커다란 숙제였다.

원작의 근원적인 매력을 철저히 풀어보자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초반부 범죄 추적극으로 시작해 중반부부턴 심리극으로 변주하면서 원작이 가진 기묘한 이야기에 다가갔다. 이 작품을 철저히 이해한 강동원이 섭외됐고, 영화는 천천히 풀리기 시작했다.

‘설계자’ 스틸컷. 사진 | NEW
이요섭 감독은 “‘엑시던트’는 한국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장르의 영화였다. 장르적으로 소구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고, 주인공의 감정 변화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론 원작의 주인공이 가진 근원적 외로움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설계자’의 중심에는 사고사로 위장해 사람을 죽이는 청부살인업체 삼광보안이 존재한다. 모든 그림을 설계하는 리더 영일(강동원 분)의 지휘 아래 변장에 능숙한 월천(이현욱 분), 이론이 풍부한 재키(이미숙 분), 에너지를 전하는 점만(탕준상 분)이 속전속결로 움직인다. 모든 일이 우연처럼 벌어지지만, 치밀한 계산이 서 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사고사 조작을 그럴듯하게 그려냈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법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박진감이 느껴졌다.

“모두가 시작할 땐 원대한 꿈을 꾸죠. 듣도 보도 못한 사고사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죽음이 의외로 계급적이더라고요. 실내와 실외에서 죽는 방법도 다르고요. 돈 많은 사람이 실외에서 죽는 게 그리 쉽진 않아요. 저는 ‘1:29:300의 법칙’을 따랐어요. 사람이 다수 죽는 큰 사건이 벌어지려면 29번의 중간 징조와 300번의 작은 징조가 발생한다는 법칙이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을 최대한 높이는 방식을 택했죠.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이 영화가 개봉까지 가능했던 건 강동원의 선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흥행 타율이 유독 높은 강동원이 출연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다르다. 영화계에서 잘생긴 것만큼 소탈하기로 유명한 강동원은 유명하지 않은 감독들과 작업을 많이 했다. ‘파묘’ 장재현,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택시운전사’ 장훈 등이 대표적이다.

“강동원 씨가 제 또래 감독들과 작업을 많이 했죠. 그렇지만 제가 강동원 씨와 일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모험적으로 대본을 택하지만 자신이 이해하면 쭉 밀어붙이더라고요. 워낙 유명한 배우고 선배라 현장에서 기죽일까 봐 걱정했어요. 실제론 주변 사람들을 정말 잘 챙기고, 저에게도 많은 용기를 줬어요. 상업영화를 처음 찍는 감독으로서는 운이 좋았죠.”

이요섭 감독. 사진 | NEW
이 작품에서 공을 가장 많이 들인 캐릭터는 이현욱이 맡은 월천이다. 트랜스젠더라는 독특한 설정과 더불어 영일의 감정을 가장 심하게 자극하는 인물이다. 어쩌면 영화 내에서 가장 매력적이면서, 많은 배우가 탐낼만한 캐릭터다.

“월천은 비극성이 있어야 했어요. ‘타인은 지옥이다’를 봤는데, 중성적인 느낌이 있더라고요. 피부가 투명하고 눈빛이 서늘했어요. 이현욱은 말도 잘하고 분위기 서글서글하게 잘 이끌어요. 연기부터 여러모로 고맙죠.”

또 하나의 매력은 강동원과 이종석의 투 샷이다. 워낙 일정이 많고 몸값이 비싼 두 배우라 앞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다시 얻지 못할 투 샷일 수 있다.

“짝눈 역이 중요했죠. 영일에게 긴장감을 줄 수 있어야 했어요. 배우 자체도 아우라가 필요했죠. 감정을 흔들 줄도 알아야 해요. 밝은 얼굴을 찾고 있었는데 이종석이 떠올랐어요. 정말 해줄 줄 몰랐는데, 하늘이 도왔죠. 막상 카메라 두 대를 갖고 촬영하는데 이쪽을 봐도 좋고 저쪽을 봐도 좋더라고요.”

지난 29일 개봉한 ‘설계자’는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사고사라는 독특한 소재와 강동원의 이름값이 만든 합작품이다. 기분 좋은 수치에 미소가 지어지면서도 첫 상업영화 도전이라는 무게 앞에서 이 감독 얼굴에 불안이 쉽게 가시진 않았다.

이요섭 감독. 사진 | NEW
“저는 상업영화가 처음이라 수치를 몸으로 인지하진 못해요. 스태프들과 관객들이 잘 봤으면 하는 바람이죠. 많이 떨려요. 원래 개봉한 감독들은 5개월 뒤에 만나라고 해요. 잘되든 안되든 사고가 난다고요. 저도 심장박동수로만 보면 사고 날 것 같아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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