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휘의 시네필] 짝퉁 이소룡, 마이너리티를 위한 찬가

3377TV정보人气:745시간:2024-07-25

‘이소룡-들’‘용쟁호투’(1973)가 유작이 되어버렸지만, 이소룡의 그림자는 성룡이 대두하기 전까지 홍콩영화계를 맴돌았다. ‘사망유희’(1978)가 원래 ‘사망적유희’의 오프닝으로 삼고자 촬영한 장면을 엔딩으로 돌리고 대역배우로 기용해 찍은 추가 촬영분(그중 장례식 장면은 실제 이소룡의 장례식 현장을 담은 필름을 가져온 것이었다)에 이전 이소룡 영화 장면들을 부분적으로 떼어와 엉터리로 짜깁기해서 나온 괴작이었지만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대역을 맡은 한국 배우 김태정(‘당룡’이라는 예명으로 활동)을 다시 기용해 속편인 ‘사망탑’(1981)을 찍는 실정이었다.
데이비드 그레고리 감독의 ‘이소룡-들’ 한 장면.심지어 스태프가 팔아넘긴 유출 시나리오를 갖고 쇼브라더스에서 낸 아류작 ‘신사망유희’(1975)가 ‘사망유희’보다 먼저 나오는 혼란한 판이었으니 당시 홍콩 액션영화는 시대의 아이콘이 사라진 후유증을 제대로 앓았다. 우후죽순 등장한, 일명 ‘브루스플로테이션’(Bruceploitation)이라 불렸던 짝퉁 이소룡 영화들. 그중에는 이두용 감독의 ‘아메리카 방문객’(1976)을 영어 더빙과 자의적 편집으로 위장하거나, ‘브루스 리의 클론들’(1980)처럼 이소룡 복제인간을 만드는 내용의 황당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데이비드 그레고리의 다큐멘터리 ‘이소룡-들’(2023)은 이처럼 짝퉁 이소룡 영화가 범람하던 영화역사의 기이했던 한 시절을 돌이켜보고자 한다. 골수 이소룡 팬이라면 아마도 다소 아쉬움을 피력할 법하다. 가장 대표적인 이소룡 대역 배우로 손꼽을 ‘사망유희’와 ‘사망탑’의 배우 김태정에 관한 내용이 완전히 누락돼 있고, ‘비룡과강’(1978)으로 아류 이소룡 영화에 대한 풍자를 시도한 홍금보의 인터뷰나 생전 이소룡과 직접적인 인연(‘정무문’(1972)에서 악역의 일부 스턴트 대역과 ‘용쟁호투’에서 엑스트라)이 있었고 ‘신정무문’(1976)까지 찍은 성룡에 대한 언급과 비중은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소룡 사후 50주년을 추모한다는 기획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이 다큐멘터리에는 나름의 호소력이 있다. 영화는 이소룡이 영화계에 끼친 영향력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돌이키면서, 그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그의 대타를 구하고자 했던 대중의 분위기, 그에 부응해 이소룡의 그림자가 되길 자청했던 이들의 존재를 재조명한다.

대만의 하종도, 한국의 거룡, 버마의 브루스 례, 홍콩의 양소룡(주성치의 ‘쿵푸 허슬’(2004)에서 악역)의 일대기를 중점으로 풀어놓는 영화는, 거기에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던 브루스플로테이션 무비들의 면면을 포개면서 모종의 페이소스를 자아낸다.

분명 이소룡은 큰 발자취를 남겼지만, 거인의 뒤안길에 가려졌고, 끝내 원본을 넘어설 수 없었던 난쟁이들의 삶은 이처럼 누군가 관심을 갖고 비춰주지 않으면 쓸쓸한 독백으로 남고 잊혔을 것이다. 마이너리티에도 치열함과 진정성이 있고 그 가치는 존중받아야 한다. 출연한 영화는 태반이 엉터리 B급에 지나지 않았고, 제대로 대우받지도, 영광을 누려보지도 못했지만, 스크린 속에서 온몸을 날리며 치고받았던 삶마저 짝퉁이라고 비웃을 순 없다.

크고 화려한 불꽃은 되지 못했을지언정, 작은 폭죽이 일으킨 찰나의 반짝임 또한 여름 밤하늘을 수놓는 추억의 일부가 되기 마련이다. 그 역시도 허무하고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다고, ‘이소룡-들’은 한 조각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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