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레는 여행처럼, <청춘 18×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기요하라 가야

3377TV정보人气:254시간:2024-06-04

질끈 묶은 포니테일, 해사한 웃음, 몸체만 한 여행 가방, 자유분방한 마음가짐. 아미는 어느 곳에 얽매여 있거나 정체하기를 싫어하는 여행자다. 갑작스레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에도 아미는 집으로 돌아가기보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을 선택한다. 통제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여행의 묘미를 여유롭게 즐기는 그의 모습은 동네 바깥은 탐험해본 적 없던 10대 소년에게 동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아미의 이야기를 완성한 기요하라 가야는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 <데이 앤 나잇> <우주에서 가장 밝은 지붕>에 이어 세 번째로 함께했다.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과 달리 밝고 경쾌한 아미의 분위기를 체화하기 위해 목소리 톤과 눈빛에 마음을 더했다.



- <청춘 18×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한 지점은 무엇이었나.

=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님이 지금까지 내게 제안했던 역할들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단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전에는 어둡고 차분한 성격의 인물들을 맡았다면 이번 영화의 아미는 밝고 쾌활하다. 여행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모습은 천진난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연구가 필요했다. 지미를 만나면서부터 아미의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감정 표현이 풍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첫 촬영은 아미의 첫 등장 신이었나.

= 아니다. 첫 촬영은 일본에 돌아온 아미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영화 후반부에 해당하는 장면이다. 그 시점에는 다른 배우들을 만나기 전이었기 때문에 아미의 기억을 상상하면서 더듬어 연기해야 했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래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앞과 뒤의 아미가 연결되지 않을까봐 고민도 컸다. 그런데 영화 개봉 후 아미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관객들이 많아서 안심이 됐다.

- 일본과 대만, 글로벌 합작으로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허광한 배우와 의사소통이 중요했을 텐데.

= 촬영 전부터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당장 해결되는 건 없기 때문에 현장에 가서 돌파하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의사소통이 문제되지 않았다. 먼저 유능한 통역사의 도움이 컸고 허광한 배우도 나도 서로의 언어를 배워왔다. 즉각적인 소통이 필요하지만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손짓 몸짓 모든 걸 대동해서 이야기했다. (웃음) 허광한 배우의 다정함이 잘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선보이는 지미에 비해 아미는 한정된 시기에만 나타난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아미의 어떤 점을 응축해 보여주려 했나.

= 아미는 다면적인 여성이다. 지미에게 보여주는 얼굴과 가족에게 보여주는 얼굴, 주변인에게 보여주는 얼굴이 모두 다르다. 관객들이 살면서 한번쯤 공감할 만한 인간적인 고민을 안고 있다. 그래서 이 지점을 잘 살리는 게 나의 과제였다. 아미가 지닌 보편성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싶었다. 나는 시나리오에 충실한 편이다.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떠올리거나 상상을 더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인물 그대로 생명력을 불어넣으려 했다.

- 허광한 배우와 호흡을 맞춘 과정은 어땠나.

= 허광한 배우는 무척 성실하고 다정한 배우다. 첫인상부터 한편의 작품을 끝낸 지금까지 그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촬영 과정에 드러나는 열정과 열의에서 그가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졌다. 배우로서 동료로서 무척 존경한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장난스러운 농담을 많이 건네지만 일에 있어서는 엄청 진중하고 신중하다. 연기하는 내내 그에게서 지미가 보였던 것도 그의 몰입 덕분인 것 같다.

- 아미는 고베 노래방 가족들로부터 사랑받는다. 실제 촬영 분위기도 화기애애했을 것 같은데.

=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순간에도 영화에 담긴 텐션 그대로 모두가 많이 웃고 대화를 많이 나눴다. 모든 배우들이 합심해서 지미를 놀리기도 하고. (웃음) 일상적인 농담을 많이 나눴다. 그리고 일본어를 배워 본 배우들이 내게 일본어로 말을 걸기도 했다. 그런 작고 소소한 기억들이 내 안에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점장님이 정말 웃기다. 점장님이 한마디하면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웃었다. 늘 그랬다.



- 마지막 진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아미는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 관객을 헷갈리게 해야 하는 미션이 있기 때문인데. 이 포인트를 어떻게 살리고자 했나.

= 사랑은 꼭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숨기기 어려운 감정들이 있지 않나. 나도 모르게 바깥으로 새어나오고 마는 것들. 그런 풋풋하고 어설픈 감정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단적으로 한 가지 입장을 고수하기보다 일상을 살아갈 뿐인데 어쩔 수 없이 보여지는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럼 더 헷갈리지 않나.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정말인가?’ 하면서. 사실 아미가 지미보다 4살 연상이기 때문에 지미만큼 어수룩하긴 어렵다. 더 노련하고 여유롭다. 그런 사이에도 설레는 부분을 그려내고 싶었다.

- 삶을 여행처럼 다루는 아미의 자유로운 모습이 피로도 높은 현대사회에 어떤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 많은 사람들이 지쳐 있다. 늘 서두르고 조급해한다. 나도 그렇다. 그럴수록 지난 과거가 더 그리워지는 것 같다. 분명 그때에도 비슷한 고민과 걱정을 안고 있었을 텐데도 과거의 나는 해맑고 행복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아미는 현재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내가 살아가는 지금에 감각을 세우고 모든 것을 마음에 저장하려 한다.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간다는 것도 곧 내게 일상적인 설렘을 안겨주는 것과 같다. 아미를 통해 많은 이들이 지금의 감정, 지금의 상황,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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