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유태오’는 누구인가 - <카로시> 촬영을 앞둔 유태오에게 묻다. 할리우드에서 당신이 이루려는 것은 무엇이냐고

3377TV정보人气:613시간:2024-10-08

유태오와의 인터뷰는 선문답에 가까운 대화였다. 그는 기자에게 “당신은 누구인가?”(Who are you?)라는 철학적 질문을 거꾸로 던지거나 007 시리즈의 첫 작품이 무엇인지 등을 물으며 상대를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데 능숙한 질문자였다. 이처럼 하나를 물어보면 둘을 되묻는 그의 깊이와 넓이, 호전적인 탐구력은 그가 걸어온 배우로서의 궤적을 설명하고 앞으로 걸어갈 향로를 예측하게 한다.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해성을 연기하며 올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그의 연기론, 영화론은 6천편의 영화 DVD를 소장하고 있으며, 아마 1만편이 넘는 영화를 봤을 것이고, 20년 넘게 연기를 공부하면서 세계 영화사를 꿰뚫은 그의 노력으로 쌓인 결과였다. 배우로서의 야심 역시 어마어마하다. 그의 시선 끝엔 톰 크루즈, 키아누 리브스, 버스터 키턴이 있으며 영화 역사상 아무도 하지 못한 미국 시장에서의 유일무이한 동양인 배우가 되고자 한다. 그 목표의 완벽한 첫 단추가 됐던 <패스트 라이브즈>를 경유해 그가 곧 가려는 곳이 할리우드의 액션 블록버스터 <카로시>임이 얼마 전 공개됐다. 이에 지금이야말로 배우 유태오의 궤도를 중간 점검하기에 가장 적기라고 느꼈고, <카로시>의 본격적인 촬영을 위해 미국에 가기 직전 한국에 있는 유태오를 붙잡았다. 그날은 마침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의 O.S.T <Texas Summer>가 발표된 다음날이었다. 그는 전날 밤 긴장된 마음에 야식을 과하게 먹었으며 어떤 메뉴를 직접 요리했는지까지 말해줄 정도로 솔직했다.



- 얼마 전 할리우드 액션영화 <카로시>의 주연 캐스팅 소식이 알려졌다.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패스트 라이브즈> 이후 미국 영화시장의 많은 사람이 내 다음 행보를 물었다. 그러면 난 항상 반대로 질문을 던졌다. 20년 넘게 연기를 공부했으니 20세기부터의 미국 영화사엔 해박한 편이다. 동양인 배우가 어떤 쓰임을 받았는지 아니까 그들에게 되물어보는 거다. 동양인 남성은 대개 미스터리하거나 찰리 챈 같은 형사 캐릭터를 맡으면서 인간으로서의 남성성 같은 것들을 박탈당하고 어떤 장치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컸다. 그래서 난 장르적으로 봤을 때 전형적인 무술이나 코미디 캐릭터는 절대 맡지 않겠다고 분명히 다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마침 캐스팅 제안이 왔던 <카로시>는 내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고, 비슷한 종류의 액션영화들과의 차이점도 뚜렷하고 신선했기에 출연을 결심했다. 복덩이가 딱 눈앞에 굴러온 느낌이었다.

- 현재 미국 시장에서 배우로서의 입지를 어떻게 자평하고 있나.

어딜 가든 말하고 다닌다. 난 원 히트 원더가 아니라고. 깜짝 하고 사라질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그러기 위해서 내가 미국 영화사와 함께 공부한 건 서양과 동양 영화시장에서 보는 남성미의 차이다. 양측의 시장에서 원하는 매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오묘한 중간 지점을 찾는 일이 내 숙제다. 이건 내가 독일에서 태어났고 세계 이곳저곳에서 살아온 다국적 문화의 배경을 지니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지니는 고민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어디에도 제대로 속할 수 없는 외로움을 가지고 있는 거다.

- <패스트 라이브즈>의 해성이 그 오묘한 지점을 명확히 포착한 것 같은데.

백인 여자들에게 로맨틱한 주인공으로 어필된 동양인 남성 캐릭터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해성이 거의 최초에 가깝다. 마블 영화에서처럼 동양인 남성이 액션 캐릭터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거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헨리 골딩처럼 혼혈 캐릭터가 백인 시장에 섹시미를 어필한 경우는 있었지만, 동서양 전반에 로맨틱한 남성미를 적중시킨 일은 사실상 없었다. 예를 들면 미국 중부지방의 중년 여성이 해성을 보면서 “쟤는 내 사위로 삼아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인종의 제약을 딱 뚫고 들어가는 동양인의 모습은 지금껏 없었다.

- 최근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에서 보여준 카우보이 모습은 지금껏 못 본 서부극의 동양인 주인공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서부극은 워낙에 좋아하는 장르다. 어릴 적 본 <늑대와 춤을>부터 최근 <옐로우스톤>까지, 케빈 코스트너와 테일러 셰리던(<옐로우스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각본가, <윈드 리버> 연출 겸 각본 등.-편집자)도 좋아하고 몇년 전에 나온 <올드 헨리>도 너무 재밌게 봤다. 독일에서 자랐을 때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합작 서부극이나 마카로니웨스턴을 많이 접할 수밖에 없었다. 세르지오 레오네나 세르지오 코르부치의 작품뿐 아니라 B급 코미디 같은 영화들, 테런스 힐의 <마이 네임 이즈 노바디>나 ‘튜니티 시리즈’ 같은 것들도 엄청나게 봤다. 그런데 이런 영화를 볼수록 한국 사람으로서 실제 역사나 캐릭터를 다룬 서부극에 출연할 수 없다는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3년 전쯤부터 예능프로그램 미팅 때마다 진짜로 서부를 경험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다녔고 이번에 실현하게 됐다.



-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컨트리음악 <Texas Summer>를 부르고 음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 음악 준비하느라 거의 한달 동안 쌓였던 긴장감이 어제 한번에 풀렸다. 밤에 갑자기 과식까지 하게 됐다. (웃음)

- 메뉴는.

내가 만들었던 소고기 스튜 남은 거 먹고, 좀 짜니까 빵도 좀 잘라 먹고. 입가심이 필요해서 아이스크림도 주섬주섬 주워 먹다 보니까 과일도 먹게 됐다. 그래도 술은 안 마셨다.

- 음악 분야에 계속 도전할 생각인지.

<카로시>를 찍다가 휴일엔 도시를 벗어나서 내 자작곡으로 컨트리 레퍼토리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동양인이 미국 중부 시장에서 제대로 컨트리 가수로 나온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지금도 계속 컨트리와 포크 음악을 작곡하고 있고 컨트리 피킹도 연습 중이다. 내 이민자 스토리를 일기처럼 진솔하게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독일 출신인 한국 사람이 영어로 미국의 음악을 한다니, 재밌지 않나.

- 어릴 땐 힙합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컨트리음악에 몰두하게 된 이유는.

컨트리는 서민과 노동계급이 부르던 노래다. 우리나라로 치면 트로트 같달까. 독일에 살 때도 독일의 포크음악이나 요들처럼 서민적인 음악을 많이 접했다. 난 1세대 광부와 간호사의 아들이고, 부모님이 1990년부터 95년까진 식당을 운영하셨는데 식당 중간에 밴드가 공연하고 춤도 출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주말마다 어르신들이 와서 춤을 추셨고 가끔 집시음악이 연주되기도 했다. 그러니 컨트리의 문법과 내 상황이 너무 잘 맞는 거다. 배우일 땐 하지 못하는 진짜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좋은 해소 방법이 될 것 같다.

그의 배우론 혹은 영화론



- 영화광으로도 알려져 있다. 평소 어떤 영화를 어떻게 보는 편인가.

전부 다 골고루 본다. 티빙, 왓챠, 웨이브, 넷플릭스, Apple TV , 디즈니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유튜브 등 다 챙겨 보고 우리나라에 배급되지 않는 해외 로컬 영화는 DVD로 사서 본다. 넷플릭스가 비디오 대여 서비스를 하던 시절부터 DVD를 모았고 소유욕이 크다 보니 일생의 거의 모든 용돈을 DVD 사는 데 썼다. (웃음) 21살에 배우를 시작했을 때부터 자기 전에 적어도 영화 2편를 보려고 했고 2년 반~3년 정도는 매일 4시간 넘게 영화를 보고 잤다.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 집 라이브러리엔 DVD가 6천편 넘게 있고 감독별, 배우별, 장르별로 다 연결되어 있는 상태다. 심지어 쿠엔틴 타란티노가 비디오 가게에서 일할 때 만들었던 영화의 DVD도 가지고 있다. 내가 알기론 한국에 나만 가지고 있을 거다.

- 영화 보는 일이 직업인 사람으로서 반성하게 된다.

아니. 내 직업을 위해서도 영화 보는 일은 당연히 필수니까. 옛날 영화를 말하니까 떠오르는데 <에너벨의 서펜틴 댄스>(Annabelle Serpentine Dance, 1895)를 언젠가 내가 기획한 영화에서 레퍼런스로 쓰고 싶다는 계획도 있다. 한복 입은 여성이 얼음 빙판에서 춤추는 장면을 내가 맡은 주인공의 꿈 장면에 넣고 싶다. 진짜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딱 알아보고 좋아해줄 것 같다.

- <로그 인 벨지움> 이후 연출 계획은 더 없는지.

지금으로선 없다.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긴다. 차라리 제작자로서 내가 의도하는 필모그래피를 쌓고 내 연기 커리어를 조절하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

- 영화사 공부와 다양한 전략들을 펼치며 배우로서 성공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

첫 번째 이유는 어떤 개인적 결핍이었다. 이건 사적인 가정사의 문제에 가깝다. 두 번째는 세계를 돌며 살았던 사람으로서 언어의 장벽을 넘어 어떤 감수성을 전달하는 게 가장 공평하고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 인류의 감정을 보편적으로 쥐락펴락하면서 그 통제력을 느끼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다 보니 배우가 됐다. 따지고 보면 어마어마한 욕심인 거다.



- 예전 인터뷰에서도 ‘슈퍼스타’가 목표라고 말했다. 기준이 뭔가.

2018년에 지금의 미국 매니저를 만나면서 나눈 얘기가 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100년 뒤 청년들이 마블 영화를 보고 재밌다고 하진 않을 거란 의견을 나눴다. 그렇다면 과연 정말 의미 있는 영화, 연기, 커리어가 무엇인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볼 때 롤모델은 딱 두 사람으로 좁혀졌다. 할리우드의 마지막 액션히어로인 톰 크루즈, 그리고 키아누 리브스다. 14살 때 우연히 톰 크루즈의 전기를 읽은 적이 있다. 21살의 톰 크루즈가 <탑건> 시나리오를 보고 자기가 각본을 고칠 수 있으면 작품에 나서겠다고 말했단다. 21살이 할리우드 한복판에서 그런 배짱을 부릴 줄 아니까 지금처럼 기획부터 제작, 출연까지 모두 아우르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던 거다. 톰 크루즈처럼 프로덕션 전반을 총괄하진 못할지라도 제작의 노하우를 알고 타인을 설득할 만한 신뢰감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다.

- 키아누 리브스는 어떤 이유에서인가.

키아누 리브스가 성공시킨 프랜차이즈영화들을 살피면 사실 원래 프랜차이즈화가 목적이 아니었던 미국 기준의 독립영화가 시작이었다. <매트릭스> 시리즈, <콘스탄틴> 시리즈가 그랬다. 작품을 보는 눈이 정말 엄청난 거다. <매트릭스>처럼 선구적이고 철학적인 영화야말로 100년 뒤에 사람들이 일부러 꺼내볼 영화다. <콘스탄틴>도 너무 좋아해서 2주 전쯤 <콘스탄틴> 후속작 소식을 듣고 바로 현지 에이전시에 연락했다. 그 작품에 내가 맡을 만한 역할이 있을지 시나리오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나, 꼭 키아누 리브스랑 찍어야 한다고. (웃음)

- 문득 떠오른 질문이다. 만약 지난 영화사의 어떤 한 작품에 출연하거나 어떤 배우로 태어날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나.

본능적으로 떠오른 건 버스터 키턴이다. 현대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최근 나온 <베테랑2>가 사람 위로 아슬아슬하게 물건이 떨어지는 성룡의 액션을 오마주했는데, 그 성룡이 버스터 키턴을 오마주한 것이지 않나. 버스터 키턴이 창조한 무언가는 100년 넘게 모방되고 모방되면서 이어진다. 그렇게 인류의 어떤 원류나 원형이 될 만한 사람은 얼마나 많은 고민에 빠졌을지 정말 궁금하다.

인연의 연기론



- 예전에 <청소년 나타> <중경삼림> <베를린 천사의 시> 같은 필름 시대의 감수성이 느껴지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마침 <패스트 라이브즈>가 예전의 필름 감성을 적절히 구현한 영화였다. 작품 특유의 크레인숏, 트래킹숏도 고전적이었다.

맞다. 일단 35mm 필름으로 찍었으니까. 촬영 방식은 사실 제작비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가장 클래식한 방식이 가장 돈이 덜 드니까. 촬영감독님이 잘해주셨다.

- <패스트 라이브즈>를 돌아보면 드는 생각은.

해성이 노라에게 건넨 대사가 떠오른다. “이것도 전생이라면 우리의 다음 생에서는 벌써 다른 인연인 게 아닐까? 그때 우린 누굴까” 난 불교인이 아니지만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윤회라는 개념과 철학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해성이 윤회를 믿는지 안 믿는지가 정말 중요한 연기였으니까. 평범한 대화인데도 해성에게 한이 맺힌 어떤 슬픔이 느껴져야 했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여운을 줘야 했다. 오로지 그 대사를 위해 몇 개월 동안 윤회에 관한 생각과 믿음을 가져야 했다.

- 그때의 믿음과 경험이 이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나.

윤회와 더불어 인연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했고, 이건 끝내 내가 연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새롭게 접근하도록 만들었다. 인연이 사랑이나 사람과 관련된 개념이면서도 배우로서 내 생애 만날 역할들과도 연관되더라. 모든 배역에 영혼이 있고 그 배역이 나의 영혼과 닿게 되는 인연이라면, 그 배역이 이미 내가 한번 살았던 삶이라면? 이런 생각에 빠지다 보니 학교에서 지독할 정도로 훈련했던 아카데믹한 지식과 기술을 전부 버리게 됐다. 인연에 기반해서 연기한다면 이건 믿음이란 체계의 행위예술이자 영적이고 철학적인 영역이 된다. 내가 출연료를 받아 다른 삶의 영혼을 얻고 행동한다면 연기란 게 사실 샤머니즘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까지 생각하게 됐다.

- 예전 인터뷰에선 학교에서 배운 테크닉의 100%를 연기에 활용한다고 말했기에 더욱 흥미로운 변화다. 연기가 샤머니즘과 가깝다면 그건 메소드 연기와 어떻게 다른 걸까.

우선 메소드 연기가 뭔지 명확히 정의부터 해야 한다. 리 스트라스버그 연극영화학교에서 2년 반 동안 치열하게 메소드 연기를 배웠는데, 종종 잘못 사용되거나 오해받는 경우를 본다. 메소드 연기는 24시간 그 배역에 빙의하는 행위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감정이 아닌 현상을 오감으로 찾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내게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방은 어디고, 그게 몇살 때 있던 곳이며 거기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고 어떤 온도를 느꼈는지, 어떤 음식을 맛봤는지, 그곳은 밤이었는지 낮이었는지를 오감으로 기억하는 ‘센스 메모리’를 연기가 좇는 거다. 그런 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해 끝없이 훈련하고 상황마다의 로드맵을 생각하는 기술적인 일이 메소드 연기다. 빙의와는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이다.



- 해성이 노라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바닥을 보며 머리를 정리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는 물웅덩이나 연못을 비추지 않는데 해성의 동작은 정확하다. 이런 게 메소드 연기의 사례인 걸까.

내려보는 장면에서 사실 연못은 훨씬 앞에 있었고 난 한참 뒤에 있었다. 그것도 센스 메모리를 통해 연기한 거다. 리 스트라스버그 학교에서 늘 자신을 거울에 비추는 훈련을 시킨다. 거울을 보는 순간의 오감이 완벽하게 습득돼 있으니 그 이후에 연기할 때 실제로 거울은 필요 없어지는 거다. 그 장면에서도 풀숏에선 연못 앞에 서 있어야 하지만 클로즈업일 땐 카메라 위치 때문에 배우가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처럼 각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센스 메모리로 메소드 연기를 발휘해왔다.

- 해성은 가장 보통의 한국 남자로 설정돼 있다. 이런 설정은 어떻게 소화하려 했나.

어떤 시각에서 바라본 ‘보통’인지는 모두 다르겠지만, 어쨌든 보편적으로 보통의 한국 남자를 생각할 때 느껴지는 감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에 자신감이 좀 있었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배우로서 주목받고 먹고살고 싶은데 38살까지 그게 잘 안됐다. 와이프가 먹여 살려줬으니까. 그런 답답함을 사회의 어느 직업이나 분야에 적용해도 비슷한 감정을 누구나 느낄 것이고 나도 해성을 그렇게 이해했다. 그렇다면 마침 거꾸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누군가가 “당신은 누구인가?”(Who are you?)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 같나. (영화기자라고 답하자) 그건 당신의 직업이지 않나. 한번 더 ‘그래서 당신은 누군데?’라고 묻는다면. (우리 어머니의 아들이라고 답하자) 만약 가족이 모두 곁을 떠난다면?

- 그래도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의 아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려운 질문이다.

맞다. 난 그런 식으로 매번 나를 백지상태로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외로울 수밖에 없다. 다만 이건 배우로서 항상 해야 하는 고민이다. 사회에서 난 유태오고 내 직업은 배우지만 그것들을 다 벗겨냈을 때 내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할지 명확해야만 진정한 연기에 돌입할 수 있다. 친구, 가족, 동료 등 모든 관계성을 제거하고 난 뒤의 내가 누구인지 끝없이 생각한다.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고 이런 직업을 가졌으니 어쩔 수 없다. 매일매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굴에 빠지는 느낌이다.

유태오가 최근에 즐겁게 본 5개의 콘텐츠

최근이라면 일단 무조건 <1883>. 그리고 클로이 자오의 <로데오 카우보이>(The Rider), 팟시 폰시롤리의 <올드 헨리>. 너무 다 서부극이네. (웃음) 음, 다소 클리셰 같아서 다른 걸 고르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퍼펙트 데이즈>. 마지막 장면을 보며 씨네큐브에서 펑펑 울었다.큰 영화 중에선 <탑건: 매버릭>밖에 안 떠오른다. 자칫하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작품을 적절히 현대화, 환상화해서 옛날 영화 같기도 하고 지금 영화 같기도 한 어려운 과업을 성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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