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타임 슬립 로맨스 드라마 <상견니>가 아시아 전역에서 흥행하자 주연배우 허광한에게는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타이틀이 스스럼없이 붙곤 했다. 그의 인기 요인은 매스컴에서든 개인 블로그에서든 대체로 ‘첫사랑 외모’로 정리됐다. 그리하여 허광한은 메가 히트 데뷔작에서 외모로 뜬 청춘스타로 대중에게 알려졌으나 이같은 정의에는 오해가 있다. <상견니>가 방영하던 2019년에 그는 이미 데뷔 7년차였고 <상견니>는 그의 8번째 장편 드라마 출연작이었다. 극 중 허광한이 동시에 소화한 리쯔웨이와 왕취안성이 그토록 근사해 보였던 건 그가 어느 시간대에서든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의 숭고한 순정을 정확하게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허광한이 가진 탁월한 캐릭터 분석력과 풍부한 표현력의 연원을 찾기 위해선 무명 시절이었던 2015년, ‘Q Place 연기교실’의 2기 수강생이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Q Place’는 8명의 대만 감독이 자국의 쇠퇴하는 드라마 산업을 일으킬 신인배우를 육성하겠다는 포부로 설립한 아카데미로, 그곳에서 그는 혹독한 커리큘럼에 몸을 맡겼다. 기초 발성과 고급 테크닉은 물론, 물을 가득 받은 대야에 머리를 집어넣으며 수중 연기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는 법을 자비 없이 배웠다. 하드 트레이닝의 결과는 마지막 관문인 Q Place 제작 단편 드라마 시리즈 <식극장>에 참여하면서 빛을 발한다. 2016년 이 시리즈에 속하는 <폭풍연애가족전>과 <지앙선생의 딜레마>에 연달아 출연한 그는 허세 가득한 바람둥이 대학생과 강한 성적 충동을 느끼는 지적장애인을 맡아 처음으로 대중적 관심을 받는다. 특히 <지앙선생의 딜레마>는 그에게 첫 연기상 노미네이션(제52회 금종상 시상식 남우조연상)의 기쁨을 안긴 각별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이제 어떤 배역을 맡아도 두렵지 않을 것 같은” 용기를 얻고 난 뒤 그는 자유롭고 파격적인 소재(<경계선의 남자> <해길랍> <메리 마이 데드 바디>)를 다루거나 긴 시간을 다뤄 연기적 근력이 필요한 (<여름날 우리> <상견니> <청춘 18×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작품을 선택하며 필모그래피를 다채롭게 꾸렸다.
허광한이 대만 청춘물의 적임자인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예민하고 풍부한, 멜로드라마적인 감수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한 감수성을 음악을 하며 키웠다. 꽤 실력 좋은 초등학교 탁구부 선수였던 2003년, 주걸륜의 뮤직비디오에 탁구 소년으로 출연하면서 가수와 배우를 조금씩 경험한 그는 10대 후반 교내 밴드부 보컬로 활동하며 전자를 진로로 택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한 뒤 준비하던 보이그룹이 소속사 문제로 무산되면서 생계를 위해 카페, 모델 아르바이트를 병행했고 돌고 돌아 2013년, 말레이시아 드라마 <잠입람중람>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본업이 되진 못했지만 늘 음악을 곁에 둔 그는 수많은 사랑 노래와 청춘을 보내며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상태에 늘 자신을 놓아두었다(결국 2020년 10월27일 첫 싱글 앨범 《별재상견아》를 발표했고, 신곡은 발표 당일 대만 최대 음원 사이트 ‘KKBOX’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상견니> 이후 5년 사이 허광한은 현재 아시아 전역을 대표하는 젊은 남자배우로 자리를 굳혔다. 2020년 중국 대표 예능프로그램 <쾌락대본영>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에게 “모두가 좋아했던 드라마에 출연해 항상 보고 싶었던 남자”로 소개받은 바 있는 그는 ‘하나의 현상’(<보그 타이완>)이 되었고, ‘2023년 올해의 남자’ (<GQ>)로 선정돼 아이코닉한 인물이 되었다. 2023년 주연작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대만 극장 개봉 당시 ‘입지전적인 성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통신원 리포트)을 거두어 배우로서의 흥행성을, 같은 작품으로 제60회 대만금마장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어느새 데뷔 12년차 30대 중반에 진입한 허광한은 비리 경찰(<만천과해>), 킬러(한국 시리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로 변신해 초창기 에너제틱한 면모를 한국 대중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내공과 매혹을 품은 그는 지금 성숙한 청춘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