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비밀의 언덕’ 열두 살 명은이의 글짓기 (이지은 감독)

3377TV정보人气:584시간:2024-05-25

비밀의 언덕

오늘밤 KBS [독립영화관]에서는 이지은 감독의 <비밀의 언덕>이 시청자를 찾는다. 영화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명은이의 아슬아슬한 학교생활을 담고 있다. 과연 열두 살 소녀의 머리에는 무엇이 들어있고, 가슴에는 어떤 걱정근심이 가득할까. 배경은 1996년이란다.

명은은 문방구에서 한참이나 공을 들여 무언가를 고른다. 이걸로 할까, 저걸로 할까. 이 색깔이 좋을까, 저 색깔이 좋을까. 집으로 돌아와 곱게 포장한 선물상자에 넣을 편지도 쓴다. 담임 선생님께 쓰는 편지이다. 새 학년을 맞아 선생님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교실에서가 아니라 단 둘이서. 그런데 선생님은 모든 학생이 모인 교실에서 학생 하나하나를 호명하며 가족관계/가정형편을 묻는다. 명은은 엄마가 시장에서 젓갈을 팔고 있고, 아버지는 그 가게에서 거의 매일 누워 빈둥댄다는 사실을 말하기가 부끄럽다. 결국 자기 차례가 돌아오자, “아빠는 종이 만드는 회사 다니고, 엄마는 평범한 가정주부에요.”라고 말한다. 유연한 상황대처인가, 깜찍한 거짓말인가. 확실히 명은이의 재주는 ‘거짓의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인 듯하다. 명은은 반장도 되고, 담임의 신임도 받고, 글짓기 대회에서 상도 탄다. 물론, 아슬아슬한 거짓말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계속된다.
선의의 거짓말, 혹은 그 또래 아이들의 이해할 수 있는 부끄러움이 조금씩 더해지며 어느 순간 관객마저 불안해진다. 언제까지 거짓의 탑을 쌓아갈 것이며, 그 성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의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는지.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극이라니. 어느 날 혜진과 하얀이라는 ‘이란성 쌍둥이’가 전학 온다. 혜진이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는 것이 명은에겐 충격적이다. 혜진의 솔직함은 글짓기에서도 도드라지고, 명은은 조금씩 그 영향을 받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선생님이 추천한 ‘가족관련 글짓기 대회’에서 뜻밖의 사태가 벌어진다.

영화는 초등 5학년 여학생의 위태로운 자아성찰, 혹은 정체성 고민을 담고 있다. 원고지에 연필로 또박또박 써내려가는 자기진술서는 희망사항과 화려한 분칠로 가득하다. 그것은 부끄러움과 자존심이며, 벗어나고 싶은 가족의 굴레이다. 물론, 나이가 더 들면, 혹은 그 전에 더 충격적인 ‘발각의 순간’을 맞게 된다면 명은은 분명 크게 상처받거나, 또 다른 방식의 성장을 하거나, 엄청난 정체성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이지은 감독의 <비밀의 언덕>은 습관적 거짓말로 위기를 타개하고, 과분한 부와 명성을 탐내는 성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적 조치로, 주위 어른들의 관심과 배려로 올바른 성장이 가능한 시점의 아이의 이야기이다. 그 점에서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이다. 때로는 스릴러로, 때로는 패밀리 드라마로, 확실한 것은 교육용 성장드라마인 것이다.

비밀의 언덕

영화를 보고 나면 문득 학교에서 왜 그런 가족/가정환경 조사를 세밀하게 했는지 의아하다. ‘라떼는’ 아파트가 몇 평인지, 차가 있는지, 가전제품은 뭐가 있는지를 써냈었다. 참 희한한 교육 데이터 수집이었다.

영화 제목 ‘비밀의 언덕’은 아마, 명은이가 숨기고 싶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싫어하는 최우수상을 받은 원고를 묻은 산속 구덩이를 말할 것이다. 비밀은 흙속에서 비를 맞고, 태양빛을 받고,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그와 함께 어쨌든 <비밀의 언덕>의 명은은 좋은 친구와 좋은 선생님, 좋은 부모님으로 잘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참, 명은을 연기한 문승아 배우는 올 봄에 개봉된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그레타 리의 아역을 연기했다.

▶비밀의 화원 ▶감독:이지은 ▶출연: 문승아(명은), 임선우(선생님), 장선(엄마), 강길우(아빠), 장재희(혜진),문서현(하얀), 김승욱(교장) ▶2023년 7월12일 개봉/122분/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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