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6]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드라마’, <쌈, 마이웨이> 부산 제작기

3377TV정보人气:922시간:2024-11-22

<쌈, 마이웨이> 청춘물은 부산의 낭만을 타고

2017년 5월부터 7월까지 방영한 KBS 월화 드라마 <쌈, 마이웨이>는 대표적인 2010년대 청춘드라마다. 김지원, 박서준 배우의 로맨틱코미디 연기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방영 당시 동 시간대 1위를 꾸준히 지켰다. <동백꽃 필 무렵>을 쓰고 <폭싹 속았수다>의 공개를 앞둔 임상춘 작가가 이름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쌈, 마이웨이>는 한 빌라의 이웃 사이인 20대 죽마고우 4인방의 인생 적응기다. 백화점 안내데스크 직원 애라(김지원)와 격투기 선수 동만(박서준)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혼을 생각 중인 6년차 커플 주만(안재홍)과 설희(송하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고단해도 절대 쓰려지지 않는 청춘들의 삶을 담아내고 응원하기 위해 제작진은 낭만과 열정의 도시 부산을 찾았다. 당시 로케이션을 책임졌던 이주호 제작 PD는 수많은 드라마 스틸 중 부산 촬영 사진들을 척척 골라내며 추억을 나눠 주었다.

과거, 현재, 미래의 공간. 옥상의 남일바





백화점 사내 방송의 기회를 얻어 아나운서란 꿈을 이룬 것처럼 기뻐하는 애라, 그런 애라를 보면서 태권도 국가대표가 되고 싶었던 시절을 떠올리는 동만. 사진은 두 사람이 옛 추억에 잠기는 3화 옥상 신이다. 애라와 동만이 누워 있는 곳은 <쌈, 마이웨이>를 대표하는 장소인 ‘남일바’로 주만과 설희까지 합세해 밤마다 웃음과 한탄이 울려 퍼지던 아지트다. ‘남일바’ 신은 부산진구 범천동 호천마을 내 일반 주택 옥상에서 촬영했다. “장소를 섭외하던 어느 날 저녁에 계단을 올라가 옥상에 도착했는데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탁 트였고 무엇보다 거기서 보는 야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퇴근한 주인공들이 술 한잔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에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 같았다.”(이주호 PD)

한성주택에서 부산의 환대를 확인하다



청춘 4인방의 거주지이자 <쌈, 마이웨이>의 메인 장소라 할 수 있는 남일빌라에서 촬영을 준비 중이다. 이주호 PD는 “주인공들이 사는 집을 어디로 하면 좋을지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한성주택이 있는 동네를 발견했다. 시내 한복판이 아니라 한적한 편이었고 예스러운 분위기가 친숙하게 다가와 드라마 분위기와도 잘 맞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건물과 그 주변이 신기해 극에 재미를 줄 거라 기대했다”며 처음 이곳에서 받았던 느낌을 생생히 전해주었다. 이주호 PD의 말처럼 한성주택은 구조적으로 독특하다. 1981년 산비탈에 세워진 계단식 공동주택으로 2동과 3동 사이에 길고 가파른 180계단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아찔한 계단식 구조가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해 위태로운 주인공들의 마음과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주호 PD에게 한성주택에서의 촬영 후기를 묻자 그는 주민들에 대한 감사로 입을 뗐다. “동네 분들이 협조를 정말 잘해주셨다. 촬영할 동안 어쩔 수 없이 어수선했는데도 다 이해해주시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며 물도 떠다주셨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가 잘되고 다정한 느낌이 살았던 건 친절한 부산 시민들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호천마을, 명소가 되다



한동안 남일바는 개인 건물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팬들의 접근이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부산시와 부산진구는 인근 호천문화플랫폼에 실제 소품을 옮겨 남일바를 그대로 재현한 공간을 마련했다. 호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호천마을은 본래 주목받던 동네가 아니었으나 <쌈, 마이웨이>를 시작으로 여러 촬영지로 쓰이면서 인기를 얻게 됐다. 호천마을의 관광 코스를 소개하는 지도가 세워졌을 정도다. 호천마을을 구경하다 보면 호랑이 조형물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과거 이곳의 하천 주변으로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호랑이 호(虎)에 내 천(川)을 써 ‘호천’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관광 지도에 적힌 대로 ‘남일바’에 들른 뒤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벽화마을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면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바람, 바다, 조명이 완성한 사랑

“아니, 왜 이유 없이 남의 손을 잡아….”(애라) “원래 이유 없이 잡는 거여.”(동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애라와 동만이 서로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11화 옥상 신이다.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가 되면서 한밤의 남일바는 한층 로맨틱하고 비밀스러운 곳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수십개의 가로등이 골목마다 잔뜩 켜진 마을 전경을 담은 풀숏이 낭만적인 무드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장면만큼이나 근사한, 두 남녀의 첫 키스 장면도 부산에서 촬영했다. 기장군 일광면에 위치한 유명 카페 ‘에스페랑스’로 따뜻한 조명 인테리어와 바로 앞의 바다가 결정적 순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애라가 사회를 본 대천 가리비 축제는 일광해수욕장을 무대로 했다. 동만까지 합세해 해변에서 펼쳐진 뒤풀이 신은 바닷바람이 주인공들의 머리카락을 기분 좋게 흔들면서 후련함과 흥취가 제대로 산 장면이다. “밤이 되면 하나둘씩 켜지는 가게 전구들과 뒷배경으로 잡히는 해변 풍경의 도움을 받았다. <쌈, 마이웨이>가 여전히 사랑받는 청춘드라마로 꼽히는 건 부산만의 낭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이주호 PD)

젊음과 활기의 길 위에서

“너, 이 백이 마음에 드나 보다. 잘 들고 다니네. 어떻게 오빠가 신상 나오면 하나 또 사줘?”(동만) “오빠가 애라한테 가방을 또, 또 사줄 거예요?”(애라) 조용한 마을에 웃음꽃이 크게 피었던 순간을 포착했다. 김지원 배우의 애교 연기로도 유명한 <쌈, 마이웨이>에서 그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담은 2화 거리 신이다. 자신이 사준 에코백을 출근 가방으로 삼은 애라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동만이 부자 애인인 척 상황극을 시작하자 애라가 아양을 부리는 콧소리로 맞받아쳐 귀여운 명장면이 탄생했다. 사진 속 박서준 배우가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는 이유는 애라의 애교를 참지 못한 동만이 애라의 뒤에서 조르기 기술을 걸었다가 명치를 가격당하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보던 이주호 PD는 “풋풋하고 열정 넘치는 배우들 덕분에 현장도 에너지가 넘쳤다”라며 당시 촬영 분위기를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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