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파이오니어ㅣ 원 앤 온리 '영화천재' 봉준호

3377TV정보人气:138시간:2024-07-12

봉준호 감독, 사진제공=©A.M.P.A.S.®,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있는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 2019년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한국인 최초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봉준호 감독은 이렇게 소감을 남겼다. 지난 100년간 한국 영화는 끊임없이 성장했다. 한때는 저항의 상징이었고, 정책 선전의 도구로도 이용된 적도 있다. 민주화를 이룬 후 영화는 가장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시선을 가진 콘텐츠로서 대중의 곁에 있었고, 영화 '실미도'를 기점으로 한국 영화사에도 '1000만 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며 산업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 100년을 관통하며 대한민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단 한 명을 꼽으라면 '봉준호'라는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춘 작품을 내놨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봉 감독은 한국보다 훨씬 긴 영화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의 본고장에서 가장 크고 확실하게 인정받은 국가대표급 영화인이기 때문이다.

#상업과 예술 영화의 경계를 허물다

봉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영화 관련 학과는 아니지만 대학 시절 그가 '노란문 영화연구소'의 회원으로 영화를 공부, 아니 사랑하는 사람들과 의기투합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후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다닌 그는 16㎜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과 '지리멸렬'이 1994년 밴쿠버와 홍콩영화제의 선택을 받으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첫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가 세상에 나왔다. 그의 나이 31세 때다. 평단에서는 호평받았고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차지했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에 참여했던 배우 배두나, 변희봉, 김뢰하 등은 훗날 봉 감독의 작품세계의 주요 퍼즐로 쓰인다. 

3년의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살인의 추억'(2003)은 지금도 작품성과 상업성의 황금비율을 맞춘 작품으로 첫손에 꼽힌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며 시대적 배경과 공기를 스크린에 되살렸고, 영화를 본 이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당시 전국 관객 525만 명을 동원했다. 또 3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는 '괴물'(2006)을 내놨다. '살인의 추억'으로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봉 감독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각종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고 13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모았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평이 쏟아졌다. 이 무렵 '살인의 추억'과 '괴물'에 연이어 출연한 배우 송강호는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거듭났다. 이후에도 '설국열차'와 '기생충'을 함께 하며 송강호는 국민 배우 반열에 올랐다. 봉 감독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구현하는 이 배우에게 찬사가 쏟아진 건 우연도 운도 아니다. 

봉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을 보기까지는 다시 3년을 인내해야 했다. 그렇게 내놓은 작품이 배우 김혜자·원빈이 주연을 맡았던 '마더'(2009)다. 봉 감독은 노란문 영화연구소가 있던 홍대에서 가끔 김혜자를 봤다고 한다. 그 때부터 김혜자와의 작업을 꿈꿨고, 거장이 된 후 그 꿈을 이뤘다. 그런데 봉 감독의 선택은 '국민 엄마' 이미지의 전복이었다. '김혜자'와 '엄마'라는 단어를 함께 썼을 때 대중이 기대하는 바는 자명하다. "그래 이 맛이야"라는 대사로 유명한 모 CF와 '전원일기' 속 김혜자의 이미지는 신성불가침 영역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봉 감독은 기꺼이 그 아성을 무너뜨렸다.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은 가득 담되, 이를 기괴한 형태로 변모시켰다. 게다가 그 대상이 김혜자였다. "역시 봉준호"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계급 갈등에 눈뜨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봉 감독의 무대는 넓어졌다. 국내에서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다는 봉 감독은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한다. '설국열차'(2013)그 첫 열차였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고 봉 감독이 연출하는 '드림팀'이 구축됐다. 167개국이 선구매하며 둘의 만남을 반겼다. '설국열차'는 꼬리칸과 머리칸으로 대비된다. 머리칸에서는 권력을 쥔 자들이 호의호식하고, 꼬리칸의 삶은 처참하다. 벌레를 갈아서 만든 프로틴바를 먹으며 연명하는 꼬리칸 사람들은 전복을 꿈꾼다. 그 중심에도 송강호가 있었다. 꼬리칸에는 주로 흑인과 황인 등 유색인종이 배치하고 머리칸에는 백인이 많은 구조적 모순은 많은 의미를 내포했다. 그리고 백인인 머리칸의 수장과 역시 백인인 꼬리칸의 수장이 연결되어 있다는 결말은 많은 것을 곱씹게 했다. 

이로부터 4년 뒤인 2017년, 봉 감독은 '옥자'를 내놨다. 슈퍼돼지 옥자와 산골 소녀 미자의 우정과 모험. 줄거리는 이 한 줄로 요약된다. 마치 명랑한 어드벤처물 같다. 하지만 봉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제시한 메시지는 과거 그의 어떤 작품보다 묵직하다. 공장식 축산업의 비윤리성과 이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의 비도덕성과 양면성에 초점을 맞췄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동물에 유전자 조작을 가하고, 그럴 듯한 마케팅으로 이를 포장하는 대기업의 행위는 살벌하게 다가온다. '옥자'를 준비하며 실제 미국의 거대한 축산 공장을 방문해 도살 장면을 눈으로 확인한 그는 한동안 고기를 입에 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봉 감독이 2020년 초 미국 크리틱스초이스에서 수상 후 "오늘 비건 버거를 맛있게 먹으면서 재밌는 시상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 상을 받은 것보다도 멋진 감독님들과 같이 후보에 올라 더 기쁘다. 감사하고 이제 내려가서 반쯤 남은 비건 버거를 먹도록 하겠다"고 전한 소감 속 '비건 버거'에는 '옥자' 때부터 이어진 그의 소신이 담긴 셈이다. 

그리고 이제 '기생충'이다. 이 영화로 한국 영화 최초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 감독은 이 영화의 투자배급사인 CJ ENM와 손잡고 '오스카 캠페인'에 돌입했다. 외국어 영화이기 때문에 미국 본토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지에서 인지도가 낮은 '기생충'을 아카데미 회원들과 일반 대중에게 더 널리 알리는 캠페인이었다. 작품에 가진 압도적인 힘에 적절한 캠페인이 더해지며 '기생충'은 2020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휩쓸었다. 한국 영화의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특히 '반지하'(semi-basement)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가져와 한 편의 완벽한 계급 우화를 그린 '기생충'에 온갖 계급 다툼과 갈라치기로 신음하는 세계인은 열광했다. 



#OTT와 영화의 경계를 허물다

2017년 개막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 감독은 '뜨거운 감자'였다. 그의 신작인 '옥자'를 과연 '영화'를 볼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붙었다. 극장 상영이 아닌 온라인 배급이 전제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옥자'는 칸국제영화제의 상징인 뤼미에르 극장에 입성했다. 당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이 돌아가면 거대한 모순이 될 것"이라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문제는 '옥자'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또 불거졌다. 멀티플렉스 CGV 등이 '옥자'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시 CGV는 "극장 개봉을 먼저 한 뒤 시차를 두고 온라인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상영하지 않겠다는 것이 내부방침"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극장은 OTT에 판정패했다. 그 당시 봉 감독에게 '옥자'를 맡겨 극장을 공략했던 넷플릭스의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흥미로운 장면이 포착됐다. 워너브러더스는 봉 감독의 신작 '미키 17'의 개봉을 알리며 '오직 극장에서'(only theater)라는 단서를 달았다. '옥자'를 통해 OTT 콘텐츠로 극장을 공략했던 봉 감독이 '미키 17'으로 극장을 수호하기 위해 나선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는 세계 시장이 봉 감독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봉 감독은 현 시대,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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