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치열한 변론과 뜨거운 감정선 사이, '행복의 나라'가 던지는 질문

3377TV정보人气:636시간:2024-08-07


※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10.26과 12.12 사이, 두 역사적 사건을 관통한 최악의 정치 재판과 그에 영향을 받은 인물들을 조명한 영화가 찾아온다. 스크린에 생생하게 구현되는 1979년, 치열함과 따뜻함을 오가는 배우들의 열연이 또 다른 웰메이드 영화의 탄생을 예고한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행복의 나라'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 감독이 된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을 통해 역사적 사건 속에 가려진 인물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증명한 그는 또다시 특유의 연출력을 입증한다.

'행복의 나라'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에 대한 재판을 주요 소재로 한다. 세 주인공 중 극을 주요하게 이끄는 변호사 '정인후'(조정석 분)는 당시 재판 기록들과 재판에 참여했던 인물들을 종합적으로 대변하기 위해 창작한 인물이다.

정인후는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의 변호를 맡아 혼신의 힘을 다한다. 영화가 박태주의 재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만큼, 법정신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당시 법정을 실감 나게 재현해 내 생생한 미장센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군 법정의 법관들이 법정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습만으로도 압도되는 분위기가 완성됐다. 2백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동원된 법정신은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 울분을 토하는 정인후의 감정에 관객 또한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이 밖에도 특수렌즈를 사용해 시대적 느낌을 더욱 완벽하게 구현했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백열등을 많이 활용해 1970년대 후반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인물들의 의상과 공간의 소품 등 미술 역시 당시의 시대성이 드러나게 만든다.


이야기를 주요하게 이끄는 인물은 조정석이 연기한 정인후다. 최근 개봉한 영화 '파일럿'에서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또 다른 맞춤옷을 입고 여러 감정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변화하는 인물의 감정선을 촘촘히 쌓아낸다.

정인후는 극 초반에는 유명세를 얻어보겠다는 마음으로 박태주의 변론을 맡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이 올곧은 그를 인간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며 진정성 있게 재판에 임한다. 증인을 세우고,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온갖 수난을 마다하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육군 참모총장 정진후(이원종 분)에게 요청한 바가 결국 이뤄지자 한번 안아봐도 되겠냐고 묻는 장면이나, 기뻐 총장 방 앞 복도를 뛰어다니는 장면은 애드리브인지 대본인지 헷갈릴 정도.

그와 대척점에 있는 합수단장 '전상두'(유재명 분)의 카리스마는 결코 많지 않은 분량에도 압도적이다. 특정 인물을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부터 말투는 물론, 절제됐지만 무게감 있게 표현해낸 야망과 욕망이 극을 긴장감 있게 이끈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한 만큼, 영화의 결말은 현실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적 재미가 전해지는 것은 이야기를 각색하며 그 안에 촘촘하게 담아놓은 에피소드,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앙상블, 곱씹게 되는 대사 덕분이다.

'행복의 나라'는 故 이선균의 마지막 유작이기도 하다. 스크린 속 그는 강직한 군인 박태주의 내면을 묵직하게 표현해 냈다. 클로즈업 컷이 많아 섬세한 눈빛 연기와 무게감 있는 대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극 말미로 갈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내면의 진심을 드러내는 정인후와 박태주 두 인물을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이 지녀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감독·각색 추창민. 각본 허준석. 출연 조정석·이선균·유재명 외. 러닝타임 124분. 8월 14일 개봉.

[사진출처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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