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연기 20년 할 줄 몰랐다,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파"

3377TV정보人气:331시간:2024-10-08

[29th BIFF]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 : 천우희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 : 천우희ⓒ 부산국제영화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 천우희' 행사가 6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렸다. 액터스 하우스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기획하여 2022년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동시대 대표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와 작품에 관하여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천우희 배우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걸어왔던 다양한 작품들을 회고하며 팬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또 어떤 욕심을 갖고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는지에 대해 진솔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오늘 프로그램의 진행은 씨네21의 김소미 기자가 맡았다. 뜨거운 관심과 환호 속에 진행된 '액터스 하우스 : 천우희' 행사의 내용을 요약하여 전달한다.

다음은 일문일답니다.

- 2004년 영화 <신부 수업> 데뷔 이후로 20년이 흘렀는데요. 그 소회를 먼저 청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천우희 : "저도 제가 연기 생활을 20년이나 하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연기를 처음 접했을 때 오히려 간절함과 같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면 할수록 이 일의 의미가 두터워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는 연기를 빼놓고 저를 생각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꿋꿋하게 20년 동안 잘 버텨준 것 같아서 그런 저 자신한테도 조금은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 그 긴 세월 동안 첫 분기점 같은 게 있었는지, 또 있었다면 어디였을지가 궁금한데요. 나를 스스로 배우라는 마땅한 직업인으로서 인정하게 만든 순간 또는 작품이 있다면 언제였을까요?
천우희 : "직업인으로 받아들이게 된 건 영화 <써니>였던 것 같아요. 그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어떤 서사와 감정을 부여받은 인물을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자기 효능감 같은 걸 이 작품에서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무언가를 깊이 생각할 수 있고, 제게도 어떤 쓰임이 드디어 필요하게 됐다고 생각하게 만든 게 바로 '상미'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그때가 첫 분기점이었다면 그동안 달려오는 과정에서 지금쯤 한번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리할 시간을 가져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시기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천우희 : "숨 고르기에 대한 건 매번 생각하고 있고요. 그건 저뿐만이 아니라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 모두가 그런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숨 고르기라는 게 어떤 제가 작업을 행위하고 있고의 차이가 아니라 결국은 저의 마음 상태구나 하는. 제가 작품을 하지 않고 있는 비수기에도, 만약 쉬고 있는 상태에서도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게 과연 숨 고르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돌이켜보면 일을 하고 있는 중에도 자신을 다잡을 수 있고 다질 수 있고 그런 여유가 있는 게 숨 고르기고, 충분히 자신을 전망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작품이나 인생 자체는 어떤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언제부터인가 그런 불확실한 시간을 조금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 올해가 또 영화 <한공주>의 개봉 10주년인데요. <한공주>만 있었던 게 아니라 <타짜 신의 손>, <카트> 등 여러 작품이 있었단 말이죠. 지금 돌이켜보면 배우 천우희가 스크린에서 관객과 만나는 굉장히 바쁘고 새로운 시기, 스스로를 이제 막 추동해 갈 때라고 느껴지는데 2014년의 배우 천우희, 지금 돌아보시기에 어떤 상태였다고 생각이 드세요?
천우희 : "항상 지나고 나서야 어떤 의미가 생기는 것 같은데요. 2014년에 그렇게 많은 작품이 개봉을 한지도 몰랐어요 사실. 왜냐하면 그 4개의 작품이 촬영 시기가 다 다르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배우가 아니다 보니까 어떤 것이든 주어졌을 때 그냥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꾸준히 물을 주다 보니까 싹이 움트던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영화 <한공주>에는 천우희라는 배우가 얼마나 비언어적인 몸짓과 표현으로 우리를 압도하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공주>라는 작품이 배우님께 연기적으로 남긴 배움, 경험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천우희 : "당시의 저는 오롯이 모든 걸 받아들이길 원했던 것 같아요. 그때의 순간, 감정, 상황들을 그냥 온전히 다 느끼고 제가 감내해 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보시는 분들은 제가 마음을 다칠까 봐 걱정을 많이 하시기도 하셨지만 막상 저는 이 작품을 연기하는 내내 고통스러운 마음이나 육체적으로 힘든 걸 느끼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었어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한 컷도, 한 테이크도, 그리고 하루도 정말 의미 없이 임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연대, 소통, 사랑이 저한테는 중요해요"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 : 천우희ⓒ 부산국제영화제
- 영화 <한공주>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을 포함해서 천우희 배우님은 클로즈업에 강한 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단 외향적인 마스크의 강력함 때문만은 아니라, 코 앞까지 다가온 카메라 앞에서도 에너지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힘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 앞에서도 섬세함을 유지하는 담력, 일말의 담담함 같은 것의 출처가 항상 궁금했습니다.
천우희 : "촬영을 하다보면 클로즈업 할 때가 많은데 촬영 감독님이나 감독님이 욕심을 내실 때가 있어요. 들어갈수록 더 들어가고 싶은 욕구랄까요? 저는 그런 상황을 카메라와의 싸움이라고 느끼기보다 오히려 카메라와 호흡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부담이 되는 신들이 있기도 하죠. 클로즈업이라는 건 굉장히 세밀한 연기를 표현해야 되거나 제가 호흡을 확 잡아당겨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럴 때는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저는 그 힘을 역이용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와 함께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 <한공주>로 위시하여 클로즈업 이야기를 해보게 됐다면 넷플릭스 드라마 <더 에이트 쇼>의 경우에는 풀숏의 위력이 더 극대화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 <더 에이트쇼>는 어떻게 선택하시게 되셨고, 또 어떤 경험으로 남게 되었을까요?
천우희 : "<더 에이트 쇼> 같은 경우에는 정말 캐릭터적인 단순한 흥미와 재미가 있는어요. 그 재미가 지금까지 제가 해보지 못했던 돌발성이나 자유로움, 본능의 지점에 대한 울타리를 한번 넘어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맡은 캐릭터 지점의 도전은 그런 포인트였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공간적으로 연극적이고 조금은 제한적인 부분들이 있었어요. 여덟 명의 배우가 한 공간에 나와야 하다 보니 포지션도 절대 겹쳐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고, 층마다 갖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너무나 뚜렷해서 그것 또한 정확하게 보여줘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도전의 의미가 조금 수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저는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도다해' 캐릭터도 참 좋아하는데요. 돌아보면 작품을 선택하실 때 천우희 배우님만의 지향점, 취향 같은 게 있으신가요. 상처받은 사람들이 스스로 구원받거나 혹은 누군가를 구원해 가며 치유해 가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손길이 가는 게 아닐까 하는 필모그래피의 흐름도 느껴졌습니다.
천우희 : "제가 자주는 아닌데 '구원은 자신 스스로'라는 말을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저는 독립심이 강한 편이라 누군가의 손길을 받거나 의지하는 것보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작품을 선택하는 걸 보면 누군가를 구원하거나, 누군가가 구원받는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꽤 많더라고요. 결국에 제 내면 깊숙한 곳에서 사랑과 연대가 큰 의미라고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그런 작품을 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연대, 소통, 사랑이 저한테는 많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늘 다른 입장이 되어본다는 배우라는 직업의 아름다움이나 가치 같은 게 있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천우희 : "저는 다른 시각을 갖는 것에 대한 욕심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배우에게는 누구나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생각, 가치에 대해 조금 더 다양한 해석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성격 자체가 어떤 이면을 바라보는 걸 많이 즐겨하는 편인데 연기 자체가 타인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그 이면을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되게 좋은 것 같아요. 그렇게 타인을 보는 일 자체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런 순간들을 맞이할 수 있고, 작품을 하고 연기를 하면서 사색하고 사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꽤 값진 지점인 것 같아요. 직업인으로서 성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가보지 않은 길 가보고 싶어, 모험심 많다"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 : 천우희ⓒ 부산국제영화제
- 코미디 이야기를 또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을 통해 천우희 배우가 코미디 장르에서도 얼마나 능수능란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천우희 : "사실 저는 코미디 장르를 정말 사랑하고요. 차분한 모습이 많기도 하지만 또 장난치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고 희극 자체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당시에는 코미디 장르라서 선택했다기보다 그 나이에 적용될 수 있는 것, 그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만났던 작품이 <멜로가 체질>이었던 것 같아요. 청춘이란 게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면서요. 당시의 나이대에 걸맞은,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작품을 딱 맞이한 거죠. 무엇보다 대본을 읽을 때부터 그런 즐거움이 너무 느껴졌었어요."

- 이 <멜로가 체질>과 만약에 가장 대척점에 놓을 수 있는 캐릭터를 꼽는다면, 저는 <우상>의 '련화'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천우희 배우님께는 같은 감독과 재회한 작품이기도 하고, 그 같은 감독이 같은 배우를 전혀 다르게 해석한 경우이기 때문에 더 흥미롭더라고요.
천우희 : "이수진 감독님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약간 사수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처음에 배웠던, <한공주> 현장에서의 사수 같은 느낌. 두 번째 <우상>을 할 때는 어떤 의미에서는 보답의 의미도 있었고요. 내가 이만큼 성장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조금은 나아졌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감독님께서도 두 번이나 같이 작업을 하다 보니 저라는 배우를 너무나 잘 파악해 주신 게 감사했어요. 한 배우가 가진 극단의, 완전히 다른 성질의 모습을 끌어내서 표현해 주고 그 배역을 맡게 해준다는 건 사실 많은 배우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죠."

- 마지막으로 장르성이 돋보이는 스릴러 영화들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해 보고 싶습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앵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같은 작품이 있을 텐데요. 이런 작품을 선택하실 때는 개별 캐릭터가 가지는 설득력이 중요했을까요? 아니면 장르적 시도에 대한 배우 자신의 호기심이나 배움의 욕망이 더 컸을까요?
천우희 : "저는 언제나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험심이 많은 편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그때그때 조금 다르긴 한데 크게 두 가지로 크게 나눠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도전과 성장의 모토가 되는지가 하나. 마음의 울림이나 끌림을 가져올 수 있는지가 또 하나.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같은 경우에는 제가 어떤 리액션을 취하는 사람으로 인물을 접근한다면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대체로 저를 생각하실 때 행위자 아니면 액션을 취하는 사람으로 많이들 기억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앵커> 같은 경우에는 제가 사회 초년생이나 미성년자 연기를 많이 하다 보니까 어떤 전문직이나 성숙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의 접근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도전들이 시각을 조금 더 바깥으로 열리게 해주는 지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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