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 김선민 역김성균/넷플릭스 제공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저를 계속 찾아주시는 이유요? 글쎄요. 특별하다거나 뛰어난 지점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편안함 때문 아닐까요? 기본값에 충실한 편안함과 만만함 같은 것들이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무도실무관'(감독 김주환) 관련 인터뷰에서 배우 김성균이 대중이 계속해서 자신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영화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김성균의 강렬했던 첫 역할을 기억할 것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에서 그는 '진짜 '조폭'을 섭외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사실감 넘치는 연기와 외모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성균은 이듬해에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에서는 전혀 다른 귀여운 대학생 캐릭터 삼천포를 연기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그는 배우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기복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품마다 호평받을 만한 연기를 보여줬으며, 지난해 공개된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무빙', 천만 영화 '서울의 봄' 등은 그런 그가 걷고 있는 성공가도를 방증할 만한 작품들이다.
김성균/넷플릭스 제공
"너무 감사해요. 굉장히 신났어요. 저 때문에 천만을 한 건 아니고 다같이 운이 좋아서 그런건데…관객분들께 '천만이 되면 네이버 프로필에 황금색 트로피가 달리는데 저는 아직 그게 없습니다, 도와주십쇼' 했었거든요. 그랬는데 이제 달리게 돼 너무 좋았죠. 그런데 그 도파민이 한참 치솟았는데 영원하진 않더라고요. 이걸 느끼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구나 싶어요. 또 천만 하고 싶어요."
지난 13일 공개 이후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영화 비영어 부문에서 1위에 등극한 '무도실무관'은 '무빙'과 '서울의 봄'이 만든 흐름의 뒤를 잇는 작품이다. '무도실무관'은 태권도, 검도, 유도 도합 9단 무도 유단자 이정도(김우빈 분)가 보호관찰관 김선민(김성균 분)의 제안으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전자발찌 대상자들을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무도실무관'으로 함께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 김성균은 이정도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하는 보호관찰관 김선민 역을 맡았다.
"1위를 해 너무 기분이 좋아요. 아무래도 집에서 보는 영화라 걱정했거든요. 스킵도 할 수 있는 환경인데 그럼에도 관객들이 영화를 있는 그대로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요. 분명히 재밌게 볼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아이들이랑 아내가 대중의 반응을 그대로 반영하는 척도가 되는 사람들이잖아요. 우리 애들의 반응을 보고 바로 감독님께 전화드렸어요. 애들도 좋아하고 아내도 너무 좋아하니 걱정하지 마시라. 사람들이 너무 재밌게 볼 거라고요."
김성균/넷플릭스 제공
김성균은 삼남매의 아빠다. 그중에서도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인 두 아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아빠의 연기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었지만 "김우빈 삼촌"이 하는 현란하고 묵직한 액션에 환호했다고.
'무도실무관'은 액션도 액션이지만 김우빈과 김성균의 훈훈한 콤비플레이가 따뜻한 정서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김성균은 김우빈과 사적으로도 성격이 정말 잘 맞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 친구가 대화를 잘 받아주고 들어주고 편안하게 해주니까, 이 친구와 얘기하면 저도 모르게 자꾸 얘기하게 돼요. '아침마당'에 나간 것처럼요.(웃음) 모든 분야를 다 얘기해요. 경제부터 해서 시사, 교양, 영화 이야기까지 두루두루요. 심지어는 육아 얘기도 들어줘요. '밤에 잠 안 자고 했어' 하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하면서 들어주는 거죠.(웃음)"
김성균이 연기한 김선민과 김우빈이 연기한 이정도는 기존 버디물과는 달리 멘토와 멘티 같은 관계성을 보여준다. 이정도의 성장을 이끌어 주고 때로는 묵묵하게 지켜보고 지지해 주는 김선민 캐릭터에 대한 호평이 많다. 두 사람의 극 중 관계는 실제 관계로도 이어진 듯 하다. 김우빈은 김성균에 대해 "좋은 어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성균/넷플릭스 제공
"너무 고마워요. 우빈이가 형을 좋게 봐줘서요. 그런데 걔는 저를 너무 좋게 보는 거 같아요. 얘가 좋게 보니까 좀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도 실망할까 봐 더 못 하는 게 있어요. (웃음) 저를 너무 좋게 봐주니까 더 좋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도 생기고, 얘 앞에서는 더 예쁘게 해야 할 것 같고, 너무 좋은 사람, 천사 같은 사람, 더 천사 같은 사람으로 보여야 할 것 같고(웃음)…"
김성균은 최근 'SNL 코리아'에서 아이돌 멤버 '균케이'(?) 캐릭터로 큰 웃음을 줬다. K팝 아이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김성균의 '균케이'는 동갑 배우 박지환이 같은 프로그램에서 앞서 보여준 '제이환'과 함께 거론되며 화제가 됐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박지환, 허성태와 함께 '조폭 출신 아이돌 그룹'을 하면 재밌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김성균은 "난리 나지 않을까, 그걸 어떻게 보겠느냐고, 따로 봐도 항마력이 달린다고 하는데 셋이 뭉치면 지구가 부서지는 항마력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저는 코미디를 은근히 꽤 했어요. '응답하라 1994'도 코믹한 캐릭터였고 '열혈사제'도 내려놓고 코믹을 했었고요. 그래서 편안하게 놀아보자 했는데 조금씩 스스로 그런 게 있었어요. '현타'가 올 번 했는데 크루들이 세심하게 도와주고 챙겨줘서 마음을 다잡고 잘할 수 있었어요. 가족들 반응이요? 보다가 하나둘씩 각자 방으로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가만히 놔뒀어요."
김성균/넷플릭스 제공
영화배우로 데뷔를 한 지 12년. 진짜 깡패인지 배우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낯선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시골 장터에 가도 어른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먼저 해오는 친근한 배우가 됐다.
"12년 전에는 낯설고 깡패 같은 사람이었는데 제가 아직 돌아보기에는 이르지만, 그래도 돌아본다면 감회가 새롭고 순간순간이 묘할 때가 있어요. 이제는 시골에, 장터에 계신 할머니들이 알아볼 때 너무 뭉클해요. 그분들에게 고맙고 내 작품에 고맙고, 날 찾아줬던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초창기에 저는 너무 어색하고, 저 스스로가 못 견디게 오글거리고 그랬거든요. 누가 알아보면 어떻게 눈을 마주쳐야 할지도 모르고 인사해야 할지 모르고요. 이제는 할머니들이 알아보시면 손도 잡아드리고 '어머니' 하면서 편안해지고, 보는 분들도 편안하게 다가와 주세요. 그런 게 정말 감사해요. 조금은 감동적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