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연기는 철학으로 하는 게 아니죠”[인터뷰]

3377TV정보人气:470시간:2024-07-04

배우 설경구,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설경구는 ‘오늘’을 살아간다. 배우로서, 자연인으로서도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한다면 그에 대한 만족과 감사한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그다.

“저는 신념 같은 것도 없고 잘 흔들리는 사람이에요. 신념이 뭔지도 잘 모르지만, 주어진 것은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죠. 대의도 없어요. 배우로서 철학을 묻곤 하는데, 전 연기는 철학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추상적인 작업이 아닌데 굳이 철학까지 필요할까 싶어요. 주어진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내가 할 것을 열심히 한다면 그게 쌓여 결과물이 되는 거죠. 또 연기는 연구하는 것도, 누굴 가르쳐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보는 이를 느끼게 하는 것 아닐까요?”

설경구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OTT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감독 김용완)으로 첫 드라마 도전에 나선 소감과 작품에 대한 자신감, 김희애와 협업기 등을 가감없이 들려줬다.

배우 설경구, 사진제공|넷플릭스

■“박경수 작가 쪽대본 걱정했는데, 오히려 여유로웠어요”

그는 1994년 아침극 ‘큰 언니’에 출연했던 걸 제외하곤 데뷔 이후 줄곧 영화에만 얼굴을 내비쳤다. 그러다 ‘돌풍’으로 사실상 드라마 첫 도전에 나섰다. 이때문에 촬영 들어가기 전 낯선 환경을 상상하며 위축됐다는 그다.

“처음엔 쫄았어요. 긴 호흡의 작품도 처음이고 제작 기간도 길 줄 알았거든요. 촬영 환경이 완전 다르고 촬영 A, B팀이 움직여서 배우는 사실상 쉴 시간이 없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저희 팀은 1팀만 돌아서 여유로웠죠. 또 박경수 작가님이 쪽대본 주기로 유명하다고 주위에서 걱정 많이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나왔어요. 전작을 같이 했던 배우들도 놀라더라고요. 평소 쓰지 않는 문학적 대사가 많았는데 쪽대본으로 받았으면 감당 못했을 거예요. 감사하게도 책으로 두권씩 묶어주더라고요.”

배우 설경구, 사진제공|넷플릭스

‘펀치’ ‘추적자: 더 체이서’ ‘귓속말’ 등 히트작을 많이 내놓은 작가답게 대본엔 강렬한 힘이 있었다고도 했다.

“원래는 대본을 잘 못 읽는 편인데 이번 ‘돌풍’은 한번에 쭉 다섯권을 읽었어요. 글에 굉장히 호감이 가더라고요. 작가님도 절 만나고선 ‘작품이 1분 1초라도 지루한 건 싫다’며 자신이 지루하게 쓰면 보는 사람은 얼마나 더 지루하겠느냐고 말하더라고요. 작품에 믿음이 확 생겼죠.”

정치물인 만큼 실존 인물이 연상된다는 평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타겟을 두고 만든 것 같진 않습니다. 만약 그걸 염두에 두고 제안 받았다면 전 연기 시작도 못했을 거예요. 그저 이 작품은 정치의 외피만 둘렀지, 조진 안의 사람들 이야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 사람들의 욕망과 갈등, 최고 권력을 향한 위험한 신념과 타락한 신념을 다룬 것 뿐이에요.”

‘돌풍’의 김희애(왼쪽)와 설경구, 사진제공|넷플릭스

■“김희애, 자기관리 놀라울 정도로 철저해”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에 이어 김희애와 또 한 번 호흡을 맞춘다.

“‘보통의 가족’ 촬영할 때 김희애가 이 대본 어떠냐고 건네받았죠. 아마도 ‘보통의 가족’을 함께 하지 않았다면 이 대본을 전해받지도 못했겠죠. ‘돌풍’에선 매번 부딪히고 싸우는 대립각의 캐릭터들이잖아요. 싸우는 연기를 할 때마다 감탄했어요. 정말 준비를 많이 해오더라고요. 그렇게 열심히 하는 배우는 처음 봤어요. 한번은 엄청 열심히 연기를 하길래 리허설을 하나 싶었거든요. 근데 그것도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준비하느라 어수선하게 만드는데도 딱 집중하더라고요. 처음 봤어요. 40년을 ‘김희애’로 인정받은 이유를 확인했죠. 자기 관리에 얼마나 철두철미한지, 술자리에서도 술을 권하면 딱 자르고 어느 순간 보면 사라져버려요. 아무도 범접하지 못하는 자기만의 루틴이 있었던 거죠.”

이번 작품으로 드라마계 슈퍼 신인이란 칭호를 받았다. 혹시나 시상식 신인상에 대한 욕심이 있을까.

“상은 그날의 운이라고 생각해요. 드라마계의 신인이니 매번 하는 말로,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주면 더 좋고요. 하하. 제 나이에 신인이라는 말을 듣는 것 자체가 복인 것 같아요. 사실 신인상은 받는 시기가 정해져있어서 그걸 지나가버리면 아예 받을 수 없거든요. 약올라 하는 사람도 많아요. 주연상 보다 더 받고 싶은 게 신인상이니까요.”

‘돌풍’은 넷플릭스서 스트리밍 중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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