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스릴, 참신한 연출로 빚은 '경쾌한 스릴러'
변요한, 신혜선 호연...신선하게 살린 비호감 캐릭터
러닝타임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5월 15일 개봉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익숙한 듯 새롭고, 가벼운 듯 무겁고, 호감인 듯 비호감인. 절묘한 비틀기가 돋보이는 영화 '그녀가 죽었다'다.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영화 '치외법권', '인천상륙작전', '덕구' 등에서 각색과 스크립터로 참여했던 김세휘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그러나 데뷔작이라는 것이 무색한 실력이다. 서사는 탄탄하고, 캐릭터는 매력적이며, 연출은 힘이 있다.
간단한 줄거리 소개만 보면 크게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김 감독은 여러 지점에서의 비틀기를 통해 낯익음 속에 낯섦을 담아냈다. 신인 감독다운 참신한 시도가 아닌가 싶다.
가장 돋보이는 건 캐릭터다. 두 명의 핵심 인물인 구정태와 한소라 모두 응원하고픈 인물은 아니다. 구정태는 누명을 쓴 피해자이지만 동시에 남의 집을 들락거리는 범죄자다. 한소라 역시 거짓과 위선으로 포장된 비정상적 인물.
일반적인 주인공과 달리 동화되기 어려운 두 인물이 전면에 나섰다. 그런데 관객은 어쩐지 그들에게 빠져든다. 여기서 탁월하게 기능한 것이 내레이션의 활용이다.
관객이 두 인물 각자의 생각과 변명을 듣는 동안에는 부분적으로 공감이 일기도 한다. 그들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니, 그들의 행동에서 기인하는 극 전개를 바짝 따라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곧 긴장감과 재미가 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훌륭한 두 배우의 연기 덕분. 엄밀히 말하면 두 인물에 정을 느낀다기보다는 두 배우에게 매료된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구정태는 변요한, 한소라는 신혜선이 연기했다. 변요한의 능청스러움과 신혜선의 가증스러움. 유쾌함과 진지함 사이, 한 틈의 적정선을 오가며 펼치는 연기가 일품이다.
두 배우의 연기 콘셉트와 맞게 극 전체도 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한다. 살인과 범죄라는 무거운 줄기 사이사이 적절한 유머를 배치했다. 김세휘 감독이 "경쾌한 스릴러"라고 표현한 것이 딱 어울린다.
장르적 재미만 갖춘 건 아니다. 의미 있는 메시지도 충실히 담아냈다. SNS로 야기되는 범죄와 인간성 상실이 화두인 요즘이다. 과시와 관음이 일상이 된 현대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날카롭다. 영화를 보면서 움찔하는 관객도 많을 듯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 치고는 반전이 다소 약하다. 중반부터는 사건의 전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반전에만 의지하는 작품은 아니니, 알고 봐도 충분히 재밌을 것.
한편 '그녀가 죽었다'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영화 '그녀가 죽었다'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