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할머니 극진히 보살핀 손자의 속내

3377TV정보人气:796시간:2024-10-18

[영화 리뷰]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엠'은 어릴 적 반에서 1등도 할 만큼 똑똑했지만 청년이 된 지금은 학교를 때려치우고 집에서 게임 방송을 하고 있다. 엄마한테 잘될 거라 큰소리를 쳤지만 시청자수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에겐 깐깐한 외할머니가 있는데 청명절에 다쳐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가 대장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의사의 말로는 1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한편 엠은 할아버지를 지극정성 보살피는 손녀 '무이'의 연락을 받고 찾아갔는데 그 자리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다. 할아버지의 유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을 자식들이 아닌 손녀 무이가 받는 것을 보고 무이는 앞으로 1년 동안 외할머니를 찾아가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척' 하려 한다.

외할머니는 눈치가 빠르다. 평소엔 가족 모임조차 오지 않는 엠이 갑자기 찾아오는 게 이상하다. 엠은 어릴 적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손에서 컸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매사 깐깐한 할머니 눈치가 만만치 않다. 엠이 대충 돕는 척하며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만 여의치 않은 것이다. 이 불편하고도 부도덕적인 것 같은 동거는 어떤 결말을 향할 것인가.

억지 울음바다로 빠지지 않는 신파

 영화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태국 영화 하면 공포, 스릴러, 판타지, 퀴어 등의 장르가 떠오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들이 <옹박> <셔터> <배드 지니어스> 등이니 말이다. 와중에 팟 부니티팻 감독의 영화 연출 데뷔작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이 드라마 장르의 태국 영화로 우리를 찾아왔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입증한 이 작품은 태국에서 개봉한 당해 1위의 흥행을 달성했고 전 세계 7개국에서 태국 영화 역대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작품성과 흥행을 다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진대 영화는 제목 그대로 진행된다. 손자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할머니를 극진히 보살펴 큰 유산을 받을 속셈에 대한 이야기다.

그보다 더 나쁜 마음을 먹고 접근하는 이야기라면 범죄 스릴러로 탈바꿈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덕분에 이 영화가 신파로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손자는 조금씩 성장해 갈뿐 억지 울음바다로 빠지지 않는다.

나아가 할머니의 자식들도 '한몫'한다. 멀리 산다는 이유로 평소 엄마를 돌보지 않았던 장남과 경제적 자립조차 하지 못해 아직도 엄마에게 매달리는 막내가 그야말로 할머니가 죽기 직전까지 괴롭히니 말이다. 신파로 빠질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손자의 성장, 가족의 본질

 영화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영화를 이루는 주체는 단연 할머니와 손자다. 손자의 계획을 눈치챈 할머니, 계획을 들켰지만 계속 할머니를 찾아가는 손자, 그런 손자가 가소롭지만 돌봄을 받는 게 내심 좋은 할머니. 사실 이 영화는 손자의 계획이 들켜서 틀어지고 난 후 진짜로 시작된다. 손자는 성장하고 가족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데까지 나아가기 때문이다.

한편 영화가 드러내놓고 전달하려 하진 않지만 무이가 할아버지를 돌보고 엠이 할머니를 돌보는 모습을 통해 노인 돌봄 이슈를 논한다. 극 중에서 할머니가 말하길 자식들이 절대 주지 않는 게 '시간'이라고 하는데 누군가를 돌보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바로 시간이다. 그런데 시간을 내는 건 돈을 내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 아닐까.

나아가 어떻게 죽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더 이상 혼자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자신조차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살아 있는 시간이 치욕으로 느껴질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극 중에서 무이는 고백한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방치했다고. 엠은 작은 삼촌이 요양원에 보낸 할머니를 집으로 데려온다. 옮고 그름은 없다. 선택이 있을 뿐.

전형적인 느낌의 휴먼 영화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은 우리나라의 정서에도 잘 맞을 것 같다. 할머니가 좋은 묫자리를 원하는 이유가, 죽어서나마 자식들이 시간을 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니. 은은한 재미와 무시 못할 파격도 상존하니 이 영화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듯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사이트의 모든 비디오 및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수집되었으며, 원 저작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이 웹 사이트는 리소스 저장을 제공하지 않으며 녹화, 업로드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Copyright © 2024 www.jokeol.com All Rights Reserved
Telegram:@wgba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