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걸그룹 우주소녀로 데뷔한 손주연은 생애 첫 영화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에서 ‘아메바 소녀들’의 일원을 연기한다. 은별은 자기만의 연출 철학이 확실한 감독 지망생 지연(김도연)이나 촬영감독이 되기 위해 근력 운동에 열중하는 현정(강신희)과 달리 배역 연기보단 자기를 드러내는 셀프 카메라 촬영에 훨씬 소질을 보인다. 손주연은 연기에 별다른 뜻이 없지만 방송연예과에 진학하고 싶어 하는 은별의 속성을 “또래 집단에 영향을 크게 받는” 그맘때 고등학생의 특징이라 정의했다. “실제로 고3 팬들을 만나보면 정확한 목표 대학을 향해 정진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아직 뭘 하고 싶은지 몰라요’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삶이 단순하고 행복한 은별은 후자라고 보았다. 친구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니 연기를 찾았을 것이다.”
은별을 연기하는 내내 손주연이 신경 쓴 하나의 키워드는 ‘텐션’이다. 은별은 전압 자체가 나머지 세 소녀에 비해 월등히 높고 ‘콜록콜록’ ‘암전 후 퇴장’과 같은 대본 속 지문 같은 문장도 대화의 일부에 직접 발화하는 독특한 소녀다. “실제로는 대화 중 추임새를 전혀 넣지 않는” 성격인 손주연은 “의도치 않은 사랑스러움이 강점”인 은별에 가까워지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손주연 또한 은별처럼 고등학생 시절 내내 연예인을 꿈꾸며 연습생으로 학교와 연습실을 오갔다. 하지만 손주연은 본인의 실제 경험과 은별 사이에 거리를 두길 택했다. 실제 데뷔가 몇 차례 좌절됐던 자신과 달리 은별에게는 고등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예쁜 호시절, 당당한 모습을 선물하고 싶었고 고등학교 3년이 대학과 미래에 관해 고민이 많지만 그만큼 젊음의 패기로 가득한 시기임을 이미 겪어서 알기 때문이다.
손주연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촬영 현장을 “비로소 다시 찾은 학창 시절” 같았다고 회상한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배우들과 함께 촬영지인 청주시의 동물원에 놀러 가기도 하고, 실제 청주 출신인 김민하 감독을 필두로 배우들과 함께 청주의 이곳저곳으로 소풍을 다니며 추억을 쌓았다. “감독님의 아버지가 야간 촬영 당시 배우와 스태프들을 위해 한솥 가득 끓여주신 어묵탕은 마치 교장선생님이 한턱내는 간식처럼 느껴졌다. (웃음) 내가 못 보낸 학창 시절이 이런 걸까 싶어 행복했다. 내가 느끼는 행복이 고스란히 은별에게 투영되길 바랐다.” 경험한 적 없는 과거, 자신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은별과 손주연 사이엔 닮은 점이 하나 있다. “은별처럼 나도 귀신을 무서워한다. 하지만 나 역시 은별처럼 의도치 않게 귀신을 이기는 사람이다. 귀신은 무섭지만 늘 내가 귀신을 이겨 아직도 가위에 눌려본 적이 없다!” 영화 속 은별이 건넸대도 이상할 게 없는, 영화를 통해 은별과 닮아간 배우가 건넬 수 있는 답이었다.
주연 선배가 은별에게
“은별아, 언니는 네가 철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회가 정한 무거운 잣대에 너만의 색이 바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상성의 기준에서 벗어나도 기죽지 마. 살다 보니 별일은 마냥 별일이 아니더라. 당사자가 느끼는 큰일도 시간이 지나면 큰일이 아닐 거야. 네가 영원히 철들지 않길, 그렇지만 아픔 속에 단단해지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