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아닌 내게 주는 선물, ‘비틀쥬스 비틀쥬스’ [영화와 세상사이]

3377TV정보人气:26시간:2024-11-02

영화 '비틀쥬스' 스틸컷. 워너브라더스 제공
지난 9월 개봉한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무려 36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다. 1988년 개봉했던 1편 ‘비틀쥬스’와 이 영화를 나란히 놓고 보면 꽤 닮은 구석이 많아 보인다. 감독 팀 버튼이 두 편 사이 연결고리를 엮어 내는 데 열중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이 영화는 관객을 향한 선물이다. 후속작을 원했던 마니아들, 감독의 세계를 오랫동안 지지해 왔던 올드팬들에게 바치는 영화처럼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전편의 오마주 요소가 빼곡히 들어차 있고 감독의 곁을 지켜온 위노나 라이더, 캐서린 오하라, 마이클 키튼 같은 페르소나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다. 또 이미 확고히 정립된 ‘팀 버튼’식 스타일이 초기와 비교하면 어떤 점에서 달라졌고, 어떤 식으로 변주돼 왔는지 살펴보는 즐거움도 충분하지 않나.

하지만 팀 버튼이 진정 관객들을 위해 이 작품을 오랜만에 만들어낸 것일까. 어쩌면 다른 이들을 위한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게 바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 이유는 바로 팀 버튼이 이 영화에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에 굳이 매달리지 않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새롭게 시도는 하되 그 결과값이 뛰어나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바로 스크린 바깥의 시간이 흘러간 만큼 팀 버튼 스스로도 자신과 그 작품 세계를 둘러싸 오면서 한 겹 한 겹 쌓아 왔던 그 궤적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 속편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영화의 시간선과 현실의 시간선을 연동시키려는 시도 그 자체에 있다. 1편과 2편이 간극이 36년이라고 해서, 그 격차가 너무 크니까 조절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36년의 세월 차를 받아들이고 있다.

‘가위손’에서 청초한 매력을 뿜어내던 위노나 라이더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흡수했고 팀 버튼의 또 다른 동반자 마이클 키튼이나 대니 드비토 역시 예전만큼의 활력을 보여줄 수는 없다. 그렇다고 감독은 ‘아이리시맨’에서 로버트 드니로에게 했던 것처럼, 또 드라마 ‘카지노’에서 최민식에게 했던 것처럼 안티에이징 기술을 적용하려고 들지는 않는다. 깊어져 버린 그들의 주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추억에만 젖어 있지도 않는다. 늙은이들을 대체할 젊은 피 역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때 핵심은 새로운 시도가 있을지언정 실행할 때의 가치만 존중할 뿐 결과가 어떻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웬즈데이’로 새롭게 팀 버튼 사단에 합류한 새로운 페르소나인 2002년생 제나 오르테가는 스스로 팀 버튼의 옆자리를 채울 새로운 적임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역시 웬즈데이를 연기할 때처럼 생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팀 버튼은 억지로 그에게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의 동행은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당장 판단할 수는 없지 않나.

오프닝부터 울려 퍼지는 음악도 짚고 넘어가 보자. 우선 반갑다. 팀 버튼 영화 대부분에 참여해온 대니 엘프먼이 또 그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스코어는 익숙한 그 시절 1980~90년대의 질감을 되살리긴 해도 새로운 생명력이 느껴지진 않는다. 팀 버튼도 이런 점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사단을 꾸려 작업을 지속하는 일을 즐길 뿐이다.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또 그는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꿋꿋하게 자신의 시그니처인 스톱모션, 클레이 애니메이팅 기법을 작품 속에 아낌없이 쏟아붓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해야 할 때는 주저하지 않고 이질감이 들더라도 그래픽에 의존한다. 2010년대 이후 그의 영화에서 아날로그 기술이 있어야 할 자리에 CG가 들어서게 된 것 역시 팀 버튼이 세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사례다. 이번 영화에서도 아날로그 스톱모션 기법과 디지털 요소들이 뒤엉킬 때 묘한 괴리감이 퍼져 나온다. 이런 지점들은 그의 영화가 여전히 종착지를 정해 두지 않았다는 점을 되새기고 있다.

36년 전 서른 살에 불과했던 신예 팀 버튼은 ‘비틀쥬스’를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비틀쥬스’를 본 워너브러더스 경영진이 이후 그에게 ‘배트맨’ 시리즈를 맡기기도 하지 않았나. 모두가 알고 있듯 이후 그의 행보는 파란만장하게 펼쳐졌다. ‘가위손’, ‘빅 피쉬’, ‘유령신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거쳐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까지.

사실 그가 내놓았던 모든 작품이 사랑받은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는 고집스럽게 자기 취향대로,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 왔다. 그는 관객들이 실사영화 ‘덤보’(2019년)를 향해 아무리 혹평을 날려도 신경쓰지 않는다. 또 드라마 ‘웬즈데이’(2022년)를 향해 오랜만에 팀 버튼다운 팀 버튼 작품이 돌아왔다고 호평이 이어져도 동요하지 않는다. 그의 세계를 지탱하는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느 쪽이 됐든 일희일비 없이, 그저 하고 싶은 작업에만 몰두하는 셈이다. 결국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팀 버튼의 독백이자 선언문이다. “여전히 나는 이런 취향이고, 힘이 닿는 데까지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나지막이 속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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