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리 헤들랜드 감독 (왼쪽에서 두 번째.)
- 스핀오프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 나는 조지 루카스의 오랜 팬이다. 관객으로서 팬으로서 영화감독으로서 아주 오랫동안 그에게서 영향을 받아왔다. 그래서 더더욱 그의 세계관을 제대로 이어받고 싶었다. 그가 완성한 발자취를 잘 연결할 수 있도록,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스타워즈> 시리즈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애콜라이트>의 신선함과 독창성을 강조해야 했다. 이건 내게 무척 큰 미션이었다. 나는 <스타워즈> 시리즈와 그로부터 파생된 모든 OTT 작품들을 좋아한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오리지널 트릴로지(4~6편)다. 한편을 꼭 꼽아야 한다면 단연 <스타워즈 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 어린 시절 이 편을 처음 봤을 때 클리프행어(사건이 결론나지 않고 다음 작품에서 해결되는 구성을 의미하는 용어.-편집자)의 의미를 몰라서 내내 신기해하며 봤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영화가 마무리되는 게 너무 신선했다. 게다가 다음 영화가 나왔을 때 인물이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는 것도 특별한 일이었다.
- 이정재의 어떤 면이 새로운 제다이 마스터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 그가 맡은 솔은 내가 <오징어 게임>을 보기 전에 써놨던 캐릭터였다. 백인 배우 사이에서 적합한 인물을 찾던 와중에 우연히 <오징어 게임>을 보게 되었고,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확신이 차올랐다. 다른 누구가 아닌 이정재가 솔에 딱이라고. 모국어를 쓰지 않는 그의 연기도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그에게 <애콜라이트>와 함께하겠다는 답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 우리는 굉장히 빠르게 친해졌다.
- 촬영 현장에서 주로 무엇에 관해 논의했나.
= 서사에 관해 가장 많이 이야기했다. 그는 <스타워즈> 시리즈와는 다른, <애콜라이트>만의 차별성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계관을 어느 방향으로 확장해야 할지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이를테면 솔에게 어떤 갈등을 줄 것인지, 그 갈등을 언제 줄 것인지 등을 논의했다. 이 대화 내용이 내게도 무척 흥미로워서 촬영 현장이 내내 즐거웠다. 그는 상황에 맞춰 자신이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경험적으로 잘 안다.
- 트레일러 영상에 드러나는 아시안 전통 무술이 인상적이다.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문화권을 반영하고 싶은 듯하다.
= 그게 바로 조지 루카스가 내게 남긴 것이다. 이전 <스타워즈> 시리즈 영화들, 특히 트릴로지를 보면 사무라이를 레퍼런스로 삼은 다양한 장면이 나온다. 검술을 부리거나 무예를 하는 모습들이 그렇다. 나 또한 이러한 <스타워즈>의 면모에 매료됐기 때문에 이 지점들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내가 조지 루카스 감독 앞에서 <애콜라이트> 스토리라인을 처음 피칭했을 때, 어느 누구도 기존 캐릭터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르적 특성을 내세우는 게 중요했다. 그때 착안한 게 무예다. 무예는 규칙적이고 절제된 행동을 통해 감정을 다스린다. 그 지점을 이용하면 장면을 리드미컬하게 연출하면서 감정적 표현을 동시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캐릭터의 성격과 성향 또한 무예를 통해 직간적접으로 드러낼 거라 믿었다. 따라서 무술 장면과 액션 장면은 팬들에게 감정적인 힌트를 주면서 캐릭터의 정보도 함께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