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납치 실화 바탕 '하이재킹', 6월 21일 개봉
하정우 "실화 기반 이야기의 힘 느껴"
첫 악역 도전 여진구 "어려웠다"
성동일 "좁은 비행기 세트, 엉덩이 욕창 생길 지경"[텐아시아=김지원 기자]사진=텐아시아DB
하정우와 여진구가 좁은 비행기 안에서 만났다. 영화 '하이재킹'이다. 기존에 했던 작품들보다 20배는 힘들었다는 하정우와 첫 악역에 도전한 여진구가 승객들을 지키려는 부기장과 비행기를 이북으로 보내려는 납치범으로 대립한다.
22일 서울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에서 영화 '하이재킹'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김성한 감독과 배우 하정우, 여진구, 성동일, 채수빈이 참석했다.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은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됐다. 하이재킹은 운항 중인 항공기를 불법적으로 납치하는 행위를 뜻한다.
김성한 감독은 "제가 조감독으로서 '1987'을 마치고 작가님과 종종 봤다. 그때 1971 하이재킹 사건을 들었다. 사건 자체가 영화 같은 이야기라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이재킹'으로 연출 데뷔하게 된 김성한 감독은 "기다렸던 질문인데 머리가 하얘진다. 이 영화는 배우들 덕분에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승객 역 60여명의 많은 배우와 함께하며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성동일 선배님은 잘 챙겨줬고 하정우는 전체 리허설부터 개인 리허설까지 그 에너지를 다 전달해줬다"며 "제가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현장"이라고 했다.
시대에 맞는 고증을 위해 김성한 감독은 "(극 중 비행기 기종이) 지금 단종돼서 해외 박물관에서 봤다. 미술감독님이 고증의 달인이다. 다양한 방면으로 자료를 수집해서 비행기 세트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진=텐아시아DB
하정우는 공군 출신의 여객기 부기장 태인 역을 맡았다. 하정우는 "실화 베이스로 영화로 재구성했다. 이야기의 힘이 컸다. 영화적 드라마가 제가 이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부분이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하정우는 "제가 고군분투하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촬영이었다. 또 가장 난이도 높은 캐릭터였다. 비행기를 운전하면서 기내에서 벌어진 일에 대처하고 납치범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줘야한다. 기존에 제가 했던 작품들보다 3~4배에서 20배는 힘들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액션으로 유명한 톰크루즈의 마음을 이해했냐는 물음에 하정우는 "크루즈 형의 마음은 같은 배우로서 늘 마음을 이해한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비행기로 세트를 구성해놓고 실사와 똑같이 비행기 버튼 하나하나, 지도 교수님 아래 촬영했다. 더 신경 쓰인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고 전했다. 또한 "작은 숨소리까지도 작은 공간, 한 프레임 안에 담아야 해서 어려웠던 부분도 있고 감사한 부분도 있다. 좋은 책임감을 갖고 여기 있는 주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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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는 여객기 납치범 용대를 연기했다. 여진구는 "영화 내용이 좋았다. 저에게는 생소했던 하이재킹 사건이 신선했다. 여객기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시간이 흐르며 얽히고설키는 감정과 박진감 넘치는 순간들이 재밌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악역 첫 도전인 여진구는 "마음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외적으로도 좀 더 거칠게, 시대도 1970년대니까 좀 더 거칠고 이전에 없었던 모습으로 하려고 했다. 용대만의 서사가 있지만 너무 미화되거나 정당화되지 않는 선에서 용대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며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생각보다 (악역이) 어려웠다"며 "60여명의 사람들 압도시키고 함부러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게 필요했는데, 감독님과 현장의 승객 역 배우들에게 물어봤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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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은 여객기 기장 규식으로 분했다. 성동일은 좁은 비행기 세트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60~7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비행기 세트다. 누가 마늘 먹으면 안다. 조종실은 팔 하나 뻗으면 닿는다. 그 공간에서 할 수 있었던 건 서로 대화하고 들어줬기 때문이다. 특히 하정우가 거기 있는 승객 배우들이 하루 종일 좁은 비행기 안에 있다 보면 스트레스 받으니까 전체적인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다. 연기보다 그쪽에 더 신경 쓴 거 같다. 여진구도 그런 스타일이 아닌데 끝나면 술 마시며 분위기를 띄웠다"고 말했다. 이어 "돈 안 받으면 답답해서 못 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카메라가 들어갈 데도 없었다"고 전했다.
성동일은 "우린 자동차만 타니까 잘 모르지 않나. 안전벨트가 5개더라. 옛날 거기도 하고 이걸 끼우려면 혼자 안 된다. 저와 하정우는 귀찮아서도 계속 앉아 있었다. 엉덩이에 욕창 생길 지경이었다. 일어나려면 공간이 없다. 나가려면 둘이 서로 양보해야 할 정도였다. 우리끼리 놀았다. 안 그러면 미친다. 거기서 대화를 많이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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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대표' 이후 하정우와 다시 작품을 하게 된 성동일. 하정우 출연이 영향을 미쳤냐는 물음에 성동일은 "미쳤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하정우와) 오랜만에 만났다. 여진구는 어릴 때 극 중 아들로 만나기도 했다"며 "화면에는 긴박한데 우리는 느긋하게 찍었다"면서 웃었다.
하정우는 오랜만에 만난 성동일과 "촬영도 촬영이지만 촬영 후 식사 시간도 기대됐다. (성동일이) 워낙 미식가이고 각 지역 토산품도 많이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성동일에 대해 "화이트와인 같은 사람이다. 깔끔하고 우아하다"이라고 치켜세웠다. 흐뭇하게 웃던 성동일은 "깊이가 없는 싼 화이트와인"이라며 웃었다. 하정우와 연기에 대해 "깊이가 있고 좋았다"며 화답했다. 여진구에 대해서는 "아들놈이 이렇게 술을 잘 먹는지 몰라서 깜짝 놀랐다"며 "좁은 공간에서 호흡을 잘 맞추려고 밥도 같이 더 먹으려고 하고 술자리도 더 참석하려고 했다"고 칭찬했다.
돌아온 아들의 모습이 어땠냐고 하자 성동일은 "부모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그때는 커피도 갖다 주고 그랬는데 이제는 폭탄을 들고 오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깜짝 놀랐다. 아역 이미지가 컸는데 '하이재킹'에서는 성인 연기를 보여준다. 이제 나이도 있다. 어떻게 하면 성인 연기자로 또 치고 나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여진구는 "극 중 제가 떼쓰거나 무기로 위협을 가한다. 정우 형이라 아버지(성동일)한테 너무 과격하게 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형님들이 이해와 사랑으로 저를 거둬줬다. 다행히 잘 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하정우는 "진구 씨가 맡은 역할이 처음부터 끝까지 텐션을 유지해야 해서 어려운 점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첫 연기 호흡이었다. 화면보다 몸집이 있고 힘이 있더라"며 직접 만난 인상을 밝혔다. 또한 "제가 생각하던 이미지와 실제로 이 작품으로 만났을 때 달랐다. 사내답고 멋진 배우로 성장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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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빈은 여객기 승무원 옥순 역으로 출연한다. 채수빈은 "대본을 읽고 거의 바로 하겠다고 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선배님들도 있어서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승무원 역할은 처음인 채수빈은 "어렵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다. 70년대라 지금과 다른 점도 있더라. 항공학교 가서 수업도 받아보며 준비했다"고 밝혔다.
채수빈은 "이렇게 많은 승객 배우들과 길게 오래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었다. 보다 보니 정도 들었다. 선배님들뿐만 아니라 승객 역 배우들과도 같이 술자리를 하며 돈독해졌다"며 훈훈했던 촬영 현장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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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우리 영화는 인물 캐릭터뿐만 아니라 비행기도 캐릭터다. 극적인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가는지도 보는 재미를 더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여진구는 "비행기 이륙부터 (비행기 납치 후 승객들 간에) 감정이 얽히고설키는 순간들을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부탁했다.
성동일은 "분단에 대한 이야기도 하다. 정치 이념이 아닌 그걸(분단)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들에게도 생각할 수 있게끔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과 악, 정치 이념이 있는 영화가 아니라 먹먹한 영화다"고 강조했다. 채수빈은 "영화를 찍은 지 1년 반 만에 어제 기술 시사회에 가서 영화를 봤다. '어떡해' 하면서 영화를 봤다. 긴박한 상황에서 기장, 부기장, 승무원, 승객들이 어떻게 이겨내는지 봐달라"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하이재킹'은 오는 6월 2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