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기라보시<希樂星>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1970년대 한국과 일본에서 크게 히트한 일본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와 '아로아' 등 8명의 목소리를 혼자서 연기한 것으로 유명한 기타 미치에(喜多道枝·본명 오가타 미치에<纓片道枝>) 씨가 지난 6일 도쿄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일본 매체들이 전했다. 향년 89세.
1935년 도쿄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교 졸업 후 극단 나카마(동료) 등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1960년대부터 TV 애니메이션 성우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1975년 후지TV 만화영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 외에도 아로아, 조르쥬, 폴, 아로아의 엄마, 네로의 할아버지, 누레트 아주머니, 해설 등의 목소리를 혼자서 연기했다.
이후 일본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걸 계기로 고인이 역할에 따라 성대의 진동수를 초당 190∼700회로 나눌 수 있다는 게 밝혀져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성대 진동수는 초당 100회, 여성은 250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란다스의 개'는 일본 방송 직후 한국 동양방송(TBC)이 방영해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KBS도 1980∼1990년대에 여러 차례 방송했다.
원작은 영국 소설가 위다(1839∼1908)가 벨기에 북부 플란데런(플랑드르·영어식 발음이 플랜더스) 지방을 배경으로 쓴 동명 소설이다.
영국이나 벨기에에선 지명도가 낮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끈 덕에 플란데런 지방 곳곳에 기념비와 동상이 세워졌다. 한국에선 네로가 죽어가면서까지 보고 싶어 한 명화를 그린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가 유명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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